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란현 작가 Jun 25. 2023

초보운전, 길치, 총체적 난국, "집중력"은 최고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선생님이 그러면 되냐"

"선생님이 왜 이렇게 허술해."

"선생님이......"


3년 차 작가로 살기 시작하면서 내가 달라졌다. 실수를 내가 먼저 기록하고 드러낸다. 길치 쯤이야 다른 사람 피해 준 것 없으니까. 마산 나들이에서 총체적 난국(?) 경험했지만 운전하는 순간의 집중력은 최고라고 스스로 인정한 하루였다.


마산에 사는 선생님이 마산도서관에 은유 작가님이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가야 한다. 자이언트에서 함께 읽었던 책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도 챙겼다. "글쓰기 상담소"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한다고 해서 기대되었다. 서둘러야 하는데 한 대뿐인 차가 가족 치다꺼리로 바쁘다. 12시 30분엔 나가보려고 했으나 1시 10분쯤 출발했다. 내비게이션 상으로는 늦지 않을 것 같다.


고속도로 한 번도 진입해 본 적 없다. 내비게이션 안내를 무시한 채 경유지 "마창대교"를 입력했다. 운전해서 가본 길이다.  창원터널 방향으로 가다가 불모산 터널 가는 길도 잘 찾았고 마창대교 톨게이트 하이패스도 무사통과했다. 그리고 바다 위에 나는 떠 있었고 시속은 점점 빨라졌다. 애써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서 속도를 줄인다.


마창대교를 빠져나온 후 마산 시내에서 내비의 안내를 철저히 믿었다. 마산도서관 인근에 왔다. 우회전을 하라고 해서 했더니 도서관은 왼쪽에 있는데 또 우회전을 하라고 한다. 골목이 헷갈렸다 싶었다. 다시 같은 곳으로 되돌아와서 그 다음길에서 우회전하라고 하는데 '어라?' 합포초등학교다.

직진을 선택했다. 내비는 계속 우회전을 하라고 한다. 이젠 용마고등학교인데. 두 곳 학교 교정을 차로 한 바퀴 돌고 나온 백작. 용마고등학교를 지나 편의점 골목 우회전을 하니 언덕길이다. 골목은 좁고 사람도 다니고 있었으며 주변 주차된 차로 인해 긴장감은 높아졌다.  이미 강연은 15분 이상 지나간 것 같다.

도서관 근처에 왔다. 또 언덕이다. 주차장까지 올라가니 주차요원이 나가라고 한다. 만차다. 한 바퀴 돌아 나가려고 하는데 경차 한 대가 빠져나간다. 땡볕에 나에게 핸들 방향을 알려주지만 나는 알아듣지 못한다. 똑바로 후진하라는데 나도 모른다. 주차요원이 나를 포기했다. 공간도 없는 경차 자리에 삐딱하게 주차한 후 도서관 안에 들어갔다.


경남 땅에서 은유 작가님 강의를 듣다니. 사인도 받고 책 당첨 행운까지. 더 기쁜 일은 자이언트 송슬기 작가를 우연히 만난 사실이다. 수다 가득 떨고 헤어졌다.


내비는 계속 IC로 가라고 한다. 난 아직 고속도로 가본 적 없단 말이지.

마창대교를 경유지로 찍고 우리 집 길을 검색했다. 알려주는 대로 마산 시내 운전했다. 친절한 내비. 4차선 도로도 몇 번째 차선을 타야 하는지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처음 가는 길도 헷갈리지 않는다. 3차로에서 2차로 바꾸고 나니 마창대교라는 표지판과 도로 바닥 글자도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마창대교"다. 톨게이트 하이패스 진입을 한 후 한 번 더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을 느꼈다. 뒤에 달라붙어 있는 차를 무시한 채 나만의 속도로 대교를 무사히 건넜다. 그런데 내비가 계속 오른쪽으로 빠지란다.

'이게 미쳤나? 내가 길치라고 얘도 나를 무시한다.'


마창대교 건넌 후에는 계속 직진이다. 주변 풍경이 낯설다? 왜 IC 가는 길 표시도 있는지......

생각났다. 마산에서 마창대교 타고 장유 갈 때에는 마창대교를 건넌 후에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것.

인지했을 때에는 오른쪽에 빠질 수 있는 길도 지나쳤을 때였다. 계속 직진. 모르겠다. 경남의 새로운 땅을 가보는 거지 뭐.


지하차도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되돌아갈 수 있다. 다시 바다 위를 날아야 한다.


경차라서 50퍼센트 요금 할인을 받았다. 그런데 건너갈 필요가 없었던 마창대교를 왕복 운전을 했다. 집에서 출발까지 생각하면 오늘 세 번 대교를 건넜다. 시간, 기름, 요금 더 썼다.


아! 이거 "길치" 이미지 정착하는데 써야겠구먼!

공저 8기 방에 수다를 떨었다. 누구라도 웃기를 바라면서.


글 쓰면서 더 당당해졌다. 실수도 까발릴 수 있다. 독자가 웃으면 충분하다. 글 쓰고 강의하면서 에피소드를 어디에 써먹을까 상상해 본다. 우선 블로그에 보관해두는 거지.

"길치"의 실수는 글감이자 강의 소재가 된다.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fIRkIL5TQU3QPTf3oF_njToX9cyFCIv4DOPk7YX-Gn9HGfcQ/viewform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걸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