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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l 03. 2023

둘째는 희생양?

둘째 영어 학습지 3세트를 시키고 있다. 주 3회 센터에 가서 영어 공부를 한다. 수업이라기보다는 관리 차원이다. 첫째 문예 창작 과외가 시작되었다. 셋째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려던 생각을 더 미루었다. 그리고 둘째의 학습지를 8월부터 끊기로 했다.

학습지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왜 그만두냐는 질문에

"돈이 없어요." 

라고 대답했다. 첫째와 셋째 교육비가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머니 우리 희진이가 희생양입니까?"

영어만 가르쳐서 말씀 과하게 하시나 생각했다.

글을 쓰기 전에 백란현이었다면 말꼬리 물고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라고 싸움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마치 나를 이상한 엄마로 취급하는 듯 생각했을 거니까.

둘째를 희생양으로 여기지 않는다.

딸 셋 중에 누구보다도 정성을 쏟고 있다. 주 2회 왕복 한 시간 걸리는 합창단에 데려다주고 연습 시간 3시간 동안 인근 카페에서 대기한다. 아이들 학원가에 데려다줘 본 적 없었는데 둘째 덕분에 엄마 노릇 잘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독서와 글쓰기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확고하다. 내 아이들에게 성적 잘 받아오라고 해본 적 없다. 책 많이 읽게 환경 만들어 줬고 조금씩 글쓰기도 권하고 있다. 합창 가기 위에 차로 이동하는 동안 둘째 희진이는 가끔 스마트폰 메모장에 일기를 쓴다.

영어 학습지 선생님에게도 "독서와 글쓰기"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하기 싫어할뿐더러 교육비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또한 학습지 특성상 갑자기 말하면 안 되는 것 알기에 한 달 전에 미리 말하는 거라고. 오래 했다. 초등 2학년부터 영어 학습지 했으니까. 

내가 작가, 라이팅 코치로 살기 시작하면서 읽고 쓰는 삶이 받쳐 준다면 지금 당장 급하게 보이는 공부에 마음 졸일 것이 없다는 생각도 해본다. 초, 중, 고 생활하면서 친정 부모님이 나에게 공부해라 말한 적 없었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거지.  나도 세 자매에게 공부해라 소리 하지 않는다. 결정권은 아이들에게 있다.

"희진아 학원 끊었다고 나중에 원망하지 마라. 원망할 거면 그냥 계속 다니고."

오늘 올라온 합창단 학부모 밴드에는 우리 희진이만 눈에 보인다. 

희진아, 너는 희생양 아니야. 언니와 동생 보다 가장 많이 지원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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