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란현 작가 Jul 04. 2023

"작가"라는 두 글자 덕분에

1학기 반성회를 가졌습니다. 퇴근 1시간 전 연구실에 여덟 명의 선생님들이 모여 1학기 운영에 대한 반성 및 평가 하는 시간을 가졌지요. 한참 성적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나이스에 넣을 내용도 의논했습니다. 5학년에는 새로 들어온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이전 근무 학교와 비교하였을 때 우리 학년 운영 상 개선할 점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음식이 있는 회의는 즐겁습니다. 서로의 고단함도, 건의할 내용도 수용하기 수월합니다. 불편한 사항 있었을 텐데도 부장 말에 항상 협조해 주니 저로서는 늘 감사하지요. 학교에서 저는 부장입니다. 제가 나이가 어리지만 선배 선생님들의 너그러움 배워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학년부장 경력 5년째입니다. 과거에도 동 학년 선생님들의 도움도 받고 비슷하게 학교 생활 했을 텐데 고마운 점보다는 부장하느라 애썼던 점 위주로 조각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 쓰는 작가로서의 학년부장은 과거와 다른 시선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 자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로서 딸들의 공부에 관심을 쏟을 필요가 있겠지요.  큰딸이 초등 1학년이었을 때 받아쓰기에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리고 3학년 때에는 중간, 기말 평가에 제가 시험 대비 강의를 해줄 정도로 시험 대비 준비를 했었습니다. 노력만큼 딸아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니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도 깊어졌지요. 가장 기본으로 생각했던 큰딸의 책 읽기도 주춤해졌습니다.


둘째도 키우고 있고 셋째 임신까지 이어지니 큰딸의 공부에 손을 떼게 되더군요. 그 후 딸들과의 사이가 좋아진 것 같습니다. 작가로 살기 시작하면서 딸들에게도 읽고 쓰는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알려줄 뿐 학습적인 부분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책 쓰기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코로나 기간을 겪으면서 쌍방향 원격수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수업하는 줌 화면에서 학생들이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딴짓하는 모습도 본 적 있었습니다. 학생(수강생) 입장에서 듣기만 하는 수업에 접속하니 천국 같았지요. 제가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강의를 들을 땐 수강생입니다.  


2023년 3월. 라이팅 코치 양성과정에 등록하였습니다. 책쓰기 가르치는 강사의 삶이 시작된 것이지요. 강사로서 어떻게 수강생들의 쓰는 삶을 도울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수강생 입장에서 강의 들으면서 강사 무대를 상상했습니다.

4월부터 책쓰기 무료특강을 진행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준비한 만큼 내용이 전달될지, 동기 부여도 가능하지 고민하고 약속 시간에 강사로 지치지 않는 목소리로 강의했습니다. 강의 내용처럼 약속하고 실행하는 강사, 매일 읽고 쓰는 삶을 보여주는 강사로 살고 있습니다. 강의안을 마련하면서 강의안도 초고 같다는 생각도 했었고. 경험이 들어간 강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학년부장입니다. 그리고 학급 담임교사입니다. 집에서는 엄마이자 아내입니다. 강의를 들을 때에는 수강이고요 강의할 때에는 강사가 됩니다. 제가 키보드를 두드릴 때에는 "작가"로서 시간을 보냅니다.



작가의 삶을 선택하고 3년째 살아내면서 제게 맡겨진 역할이 모두 "작가"라는 두 글자에 포함된다는 사실 알았습니다.

학교에서 맡겨진 업무도, 집에서 해내야 하는 역할도 "작가"경력이 높아질수록 표현해 내는 삶의 범위도 늘어갈 겁니다.

글과 강의로 닮지 못했던 삶을 독자를 돕는 마음으로 풀어낼 수 있겠다 싶습니다.


덥고, 비 오는 오늘, 학기말 일거리가 가득한 하루!

"작가"의 시선으로 살 수 있어서 오늘 하루도 행복합니다.

내일도 기대됩니다.


https://blog.naver.com/true1211/223144887157


매거진의 이전글 둘째는 희생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