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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l 13. 2023

마음 찢어짐

《너도 하늘말나리야》지난겨울 대학원 과제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과제용으로 읽을 건데 싶어 책값 아끼고자 중고 구입했었다.


읽다 보니 교실에도 책을 두고 싶었다. 아이들에겐 새 책으로 그림도 진한 걸로 두 권 구매해서 교실 책꽂이에 비치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책 읽고 싶으면 내 책을 집에 가져가곤 한다. 읽고 돌려줄 테니까 분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대출 대장을 써 본 적 있었지만 번거로웠다. 양심에 맡긴다.

"선생님 책이 찢어져 있어요."

책벌레 문 OO이 나에게 말해준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래도 학생들에겐 책 찢어졌는데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지나간 부분에 대해서는 짚어 줄 필요가 있었다.

문 OO에게 다른 표지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건넸다. 찢어진 책을 손에 잡은 채 수업 종 치기를 기다렸다.

"누구야?"

옷 대신 책을 산다. 우리 집 세 자매보다 교실 아이들에게 먼저 새 책을 보여준다. 내가 공부할 때에는 돈 아까워 중고로 사서 읽었다.

"선생님 냄새 한 번 맡아 보세요."

"우유 다 우유. 책 버려야겠네."

"책 훼손하면 사과하고 새 책 사 와야 하는 거다."

책 읽다가 우유 쏟아 놓고 모른 척 한 사람 오늘 개인 톡 보내라고 했다.

만약 본인이 선생님을 속이더라도 선생님은 밝힐 방법 없지만 대가를 치를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증거가 있어야 수긍하는 경우가 많다. 걸리기? 전에는 최대한 부인한다. 처음에는 책이 아까웠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책값보다 "아이들 마음"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과 마음 전달은 끝났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찢어진 책 이야기는 잊어버릴 거다.

지금부터는 어제 급식소에서 본인 닦은 휴지 식탁 위에 올려두고 간 사람 "누구야" 물어볼 참이다.

부디 생활 속 양심 이야기가 내 삶과 아이들 하루에 도움 되기를!

우유 먹은 책은 내가 읽고 버려야겠다!



https://blog.naver.com/true1211/22315046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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