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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Aug 31. 2023

마무리 지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느껴지는 날

"누리교실 그리고 오후 출근"




방학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도 방학이라고 알고 있는 지인들은 말합니다.

"방학이라 좋겠다." (앞으로 저한테 이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왜 저를 부러워합니까? 그러면 지금이라도 교대 가시던지요.'

한 소리 하려다 너무 바빠서 참았습니다.


방학 시작과 동시에 대구교대 교육대학원 강의 들었지요. 종강하자마자 실시간 쌍방향 누리교실 수업을 매일 진행했습니다. 오늘 30시간 마무리하는 날이고요. 오늘 작품까지 모아야 얇은 전자책이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아 학생들 글 쓰게 독려하고 한두 문장 추가하도록 피드백했습니다. 전날 책쓰기 수업에서 들은 비교와 대조 활용하여 협동 시(?)도 지었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수업 내용을 적용했는데 학생들 문장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 입장에서도 배운 걸 바로 강의할 수 있어서 뿌듯했고요. 학생들 앞에서 제가 실시간으로 시범 글을 써서 보여주는 과정도 묘하게 설레더라고요. 스승님 따라 한 마디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시범을 보여주는 강사한테 글쓰기 배우세요. 말만 하고 쓰지 않는 강사에게는 배우지 마세요."


점심을 먹은 후 학교에 갔습니다. 행정실에 들러 학부모가 맡긴 체험학습 서류를 챙겼습니다. 교무실에 들러 결재를 받았고요. 행정실 시설 담당 주무관이 업무 중인지 책상에 없었습니다. 교내 메시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책상의자 한 세트 부탁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챙길까 하다가 전입생 입장에서는 자기 자리가 바로 준비되어 있지 않는 것에 서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책상의 챙기는 일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주무관이 메시지를 볼 때까지 교실에서 업무를 하나씩 챙겨보았습니다. 전입생에게 줄 기초 조사서 한글 파일 양식을 다시 만들었고, 학급 문집 편집도 이어나갔습니다. 하반기 누리교실 강좌 신청서를 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엑셀파일 작업도 했고 강의 계획서도 일부 만들었습니다. 방학 중 2학기 교과서가 도착했네요. 수행평가 출제를 위해 제 교과서 한 부 챙깁니다. 현장 체험학습 사전 답사 결과 보고서는 회수하라는 전화를 받고 오늘 회수했습니다. 9월 1일 자 발령, 새 교감선생님과 의논이 필요하겠다 생각 들었습니다.

오늘까지 수업한 누리교실 결과 보고서와 출석부도 마무리해야 하는데 시간은 금방 흘렀습니다. 셋째를 챙겨야 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밖엔 보슬비도 내리고요. 연구실 문부터 잠갔고, 칠판에 등교한 우유 챙기기와 독서 두 가지 적어두고 퇴근했습니다. 실내화가 잘 있는지 궁금해하는 학생에게 신발장에 실내화 없다고 연락했고요. 내일 오전에 할 일과 오후 회의할 것 등 메모를 해두고 집에 오길 잘했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 '작가' 출근입니다. 학교에서 한 가지라도 마무리한 게 없는 것 같았습니다. 셋째가 태권도 하는 시간에 맞춰 작가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퇴고할 원고는 세 가지입니다. 어느 하나 마무리되는 게 없습니다. 라이팅 코치로 강의안도 점검합니다. 연습하다가 자꾸 멈칫하고 중지되는 슬라이드가 있습니다. 제 것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블로그에서 내용을 찾아 추가했습니다. 늦은 저녁까지 작가 업무?를 할 예정이니 글부터 쓰자 싶어 지금 이렇게 기록합니다.

늘 할 일 메모는 넘칩니다. 8월 마지막 날이 되니 8월에 마무리 못한 일들이 떠오릅니다.


교사, 수업을 위해서 계획이 필요합니다. 작가, 출간을 위해서 퇴고가 필요하고요. 마무리 하나 한 것 없는 오늘이 모여 수업도, 책도 결과물이 나옵니다.


이 글을 시작할 때에는 "오늘" 한 가지라도 매듭을 짓지 못한 것 같아 힘이 빠졌습니다. 내일부터 시작하는 2학기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요. 오늘 움직인 것으로 9월도 속도 낼 수 있겠지요?


시간 지나고 보니 일은 정리되더라고요. 하루 분량만큼 해내면 됩니다. 한 가지는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던 기안문도 회수했지만 임시저장되어 있으므로 일은 어느 정도 진행한 겁니다.


그나마 오늘 학교 다녀온 덕분에 내일이 가볍습니다.


https://blog.naver.com/true1211/223197594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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