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란현 작가 Sep 12. 2023

내가 무슨 책을 써? 도전조차도 포기한 사람들에게


끈기가 부족했습니다. 과외를 하러 다닐 때에도, 일본어를 배울 때에도, 플루트 레슨을 받을 때에도, 독서 모임에 참여했을 때에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포기했었습니다. 시작은 잘했으나 중간에 동력을 잃었지요. 과외를 할 때에는 시간이 맞지 않다고 먼저 과외를 그만두었고, 없는 돈에 일본어 학원비 몇 달 치를 낸 후에는 교환학생 기회를 포기했다는 이유로 학원 가는 걸 멈추었습니다. 플루트를 처음 손에 들었던 2003년부터 2023년 지금까지 배우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세 번의 출산과 육아는 플루트를 방치하기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했고요. 독서모임 역시 시간도 없고 완독 못했다는 이유로 그만두었습니다.


욕심만 앞서고 일만 벌였습니다. 그러고는 수습하지 못한 채 일이 몰렸다는 핑계로 전부다 내려놓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 직장 다니고 세 자매 키우는 핑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게 핑계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요. 직장 일은 할 만큼 해야 하지만 육아 부분은 애들 아빠가 더 많이 신경 썼기 때문에 저에겐 핑계 맞습니다.


같은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업무와 육아가 중심이 되었습니다. 주말엔 원 없이 쉬었습니다. 책 읽지 않았고 드라마에 몰입했습니다. 매주 토요일 마트에도 느긋하게 시간을 할애하고 구경 다녔습니다. 차로 왕복 1시간 넘게 걸리지만 마트 별로 다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구입해 온 음식재료로 요리할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 배달 시켜서 저녁을 해결한 일도 많았습니다.


언제까지 같은 일상을 반복해야 할까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정체되어 있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100일간 책을 읽어봐야 되겠다 결심했습니다. 100일간 독서 일정을 마무리한 후 제가 얻은 것은 책 쓰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쓰면 작가가 된다고 했습니다. 내 책이 실물로 나오는 상상을 했습니다. 책을 먼저 출간한 교사들에게 물어보고 원고를 써도 나쁘지 않겠지요. 책 어떻게 쓰지, 업무 보고서 쓰기도 힘들어하는 데라는 마음이 들었을 때, 책 쓰기도 강사가 있고 강의도 열린다는 사실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 등록했지요. 첫 달 듣고 나서 두 번째 달부터 원고를 줄줄 써 나가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책 쓰기 스킬 위주로 가득 주는 줄 알고 초집중을 했지요. 무료 재수강을 이어가면서 책 쓰는 과정과 방법은 평생 무료 안에서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첫 달부터 책 쓰기 꿀팁 100개를 얻은 들 실제 원고에 적용할 실력도 없었을 것이란 파악도 3년이 된 지금에야 깨닫습니다.


배우면서 책을 썼습니다. 이후 매일 글 쓰는 행위가 나와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끈기가 없었다고 했지요? 끈기를 기를 수 있었던 대표적인 방법이 책쓰기 강의 듣기와 책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책 한 권을 쓰는 행위 안에는 한 편씩 40번 완성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쓸 때마다 저는 끈기 있는 사람이 되어갔고 한 편의 글을 매듭짓는 작가로 성장했습니다. 여기서 성장은 잘 쓰는 작가가 아니고 한 편을 완성하는 끈기를 의미합니다.


라이팅 코치가 되었습니다. 라이팅 코치의 비전도 어느 정도 인지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이언트와의 인연이 깊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라이팅 코치로 살겠다고 금전적인 투자를 했지요. 그 후 제가 진행한 일은 매달 무료특강 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4월 무료특강을 공지할 때에는 순전히 이은대 대표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무료특강 섬네일을 만든 후 이은대 대표에게 보냈습니다. 잘한다라는 말이 저를 움직이게 했지요. 특강 날짜가 다가오면서 두 가지 마음 생겼습니다. 첫 특강을 너무 빨리 공지했다는 생각. 이왕이면 수료식 전에 특강을 한 번 하고 참여하자는 마음. 첫 특강을 마친 후 저는 포기하지 않고 무료특강 1회를 마무리 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음 흐트러지기 전에 2회차 무료특강을 그날 블로그에 공지했습니다.


방학 중 학생들과 30차시 글쓰기 수업을 했습니다. 학생들 결과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했지요. 수강생 모집할 때 책 만들어 주겠다고 공언을 했었기 때문에 원고를 취합하여 제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문제가 생겼죠. 생각보다 원고 분량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고 강의하는 30차시 동안 글 쓸 시간만 줄 수 없습니다. 라이팅 코치로서 실시간 강의 연습 겸 학생 강좌를 개설한 것이었기 때문에 글쓰기 꿀팁도 초등 4학년 눈높이에 맞춰 알려줘야 했거든요.

분량 부족으로 전자책 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도 원고 분량이 부족했습니다. 학생들 공저로 낼 게 아니라 백란현 이름 걸고 전자책 등록하는 것으로 결정 났지요. 아이들 앞에 해둔 말이 있으니 결과물 만들어야 했고요. 30차시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채팅과 강의 내용으로 글 피드백 한 내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블로그 기록 및 나에게 카톡 보내둔 내용 말입니다. 그걸로 학생 공저 전자책이 아닌 저의 글쓰기 지도 전자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사례로 학생들 글을 넣었지요. 9월 10일 일요일 오후 전자책 출간 아이디어 떠올라 바로 섬네일 만들고, 책 제목 정한 후 목차 구성했습니다. 목차 길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강의안 피피티가 있었으니까요. 월요일 새벽 4시까지 전자책 썼고, 화요일 새벽 1시에 오타 점검까지 마쳤습니다. 줌 강의 듣기, 독서모임 참석, 근무 모든 걸 챙기면서 잠을 줄인 결과로 전자책 한 권이 완성된 것입니다. 저는 해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끈기가 없어서 나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분 있나요? 책 쓰자고 했더니 끝까지 쓸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한 편씩 완성하는 성공을 경험하면 한 권도 쓰겠지요. 한 편도 어렵습니까? 하루에 한 문단만 쓰는 겁니다. 매일 쓰는 행위를 반복하면 끈기라는 단어 쓰지 않아도 매일 쓰는 습관과 해내는 모습 가질 수 있습니다. 이래도 도전조차도 하지 않을 겁니까?


제가 볼 때 당신은 해내는 사람입니다! 본인 스스로만 아직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을 낼 수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