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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Oct 01. 2023

"자이언트 북 컨설팅"에 진심입니다.

잠실교보사인회 참석하기 위하여

집과 학교만 오갔습니다. 학교 일을 집에 가져와서 해결하기도 했고요. 아이 셋 기르면서 육아휴직 없이 20년째 직장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에 오면 지치지요.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 퇴근하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드라마 보는 게 낙이었지요. 드라마 보는 시간만큼은 시간이 정지된 것 같았거든요. 오로지 배우의 연기에 푹 빠졌습니다. 주로 수사 드라마나 로맨스 두 가지 많이 봤습니다. 장르가 짬뽕 되기도 하면 금상첨화지요.

코로나로 인해 줌 강의 듣기 시작했습니다. 이동 없어서 좋은 기회였지요. 오로지 줌 강의만으로 책을 썼고, 계약도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1년이 넘는 기간을 보낸 후 인근 창원에서 열리는 오프라인 특강에 처음 참여했습니다. 조금씩 저의 동선이 길어지네요. 줌 수업 아니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작가 수업이었는데요, 오프라인 모임에 매달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창원이나 부산에 작가 수업 출석을 해야 했다면 운전 못한다는 이유로 신청하지 않았을 겁니다. 돌아다니는 사람 아니었고 길도 모르거든요.

줌에서 시작한 강의가 서울 특강까지 이어지기도 했고요. 출간 계약으로 대구, 서울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다닐 수 있었던 이유는 함께 작가의 꿈을 꾸고 실천하는, 자이언트 식구들과 줌으로도 정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냈더니 작가 친구가 많아졌습니다. 직장에서의 동료는 일 년 후 헤어집니다. 정을 주고 나면 헛헛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이후 사적인 모임도 사라졌고요. 갈수록 업무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정을 주지만 기대하지 않게 되었고 업무로 돕는 사이 정도로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작가 모임이 진행되면서 서로의 글을 나누다 보니 삶이 궁금해지고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 것 같아요. 특히, 공저에서 만난 인연은 오래갑니다. 공저 책에 이름 올린 열 명이 마치 의형제 맺는 느낌이거든요. 특히 초대 특강을 릴레이로 하고 나면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작가 테두리에서 살면서 서울 잠실 교보 사인회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나 혼자 서울 여행 가듯이 힐링 차원에서 참여했다가 매달 가고 싶더라고요. 한 달 교사와 작가로서 치열하게 살아낸 저에게 칭찬하는 마음으로 참여합니다. 

제가 지난 12월 잠실 교보에서 저자 사인회를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작가들의 선물과 금일봉에 놀랐습니다.  그동안 놀러 가는 기분으로 서울 오갔던 제가 부끄러울 정도였지요. 저자 사인회를 계기로 더더욱 잠실 사인회는 빠지면 안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제 마음 자이언트에 폭 빠져버렸습니다. 제가 받은 사랑만큼 저도 작가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 스승에게 고마움 표현하는 방법은 참여율 밖에 없다고 결론지었고요. 함께 글 쓰며 성장하는 작가 모임 만들어준 스승의 모습 그대로 본받으려고 노력합니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3개월 전부터 세 자매 아빠가 서울을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교원 빨간펜 본사에 교육에 참석해야 한다고요. 두 번 연기했습니다. 한두 번 공부방 운영에 조언했다가 사이가 애매해지는 것 같아서 이후로는 남편의 일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얼핏 들어보니 교육을 받고 와야 회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기나 봅니다. 10월에도 세 번째 토요일로 교육이 잡혔네요. 지사장한테 강의 참석 접수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길래 제가 잠실 교보 가는 일정을 포기하기로 했었습니다.


아쉽더군요. 작가들과 한 달에 한 번 만나는데. 빠져도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아이들만 두고 나도 가야 하나, 잠실 교보 1시간만 머물고 왕복 비행기로 다녀야 하나, 막내를 데리고 가야 하나 다양한 표를 예매하고 취소했습니다. 많이 고민되었습니다. 자이언트 일정으로 교통비를 쓰는 건 전혀 아깝지 않지만 막내를 데리고 가야 할지, 둘째에게 막내를 부탁하고 집을 비울 것인지. 비행기를 끊었다가 열차를 끊었다가 오늘 세 번이나 교통편을 바꾸었습니다. 


그동안 세 자매 키우면서 양가 부모가 인근에 안 계시기 때문에 아이 맡기는 일 없었습니다. 남편과 제가 일하는 시간이 달라서 교대로 돌볼 수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이번처럼 동시에 서울에 가야 하는 일정은 처음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오늘 친정 다녀오면서 동생 부부가 저희 집에 들렀습니다. 장난감을 챙겨가기 위해서였지요. 혹시나 가능할까 싶어 막내를 토요일에 봐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올케 결혼식 가는 일정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흔쾌히 조카를 볼 수 있다고 보내라고 합니다. 동생은 월차를 쓰겠다고 하네요. 그래도 이후 혹시라도 동생 부부 스케줄 변수 있으면 말하라고 했습니다. 딸들을 동생 부부에게 맡기는 일 처음입니다. 가급적 남편과 제가 세 명 케어하는 게 익숙하거든요. 그만큼 잠실 교보에 가는 제 마음, 자이언트에 진심입니다. 


아이 셋 직장맘으로 살면서 이렇게 끈끈한 인연은 처음입니다.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 많았고 끈끈한 친구 없어서 외로워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대단한 결실입니다. 책 한 권 내고 싶어서 작가 수업 신청했는데 책 한 권을 뛰어넘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글 친구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제 삶을 드러내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으며 드러낸 글마다 애썼다고 격려해 주는 인간관계 또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요? 자이언트 문화를 견고하게 만들어 주신 스승님 생각 많이 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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