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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Oct 01. 2023

작가의 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해와 공감

어제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남동생 부부와 조카도 만났습니다. 일이 몰려 연휴 중 하루만 친정 나들이하겠다고 했지만 오늘 종일 노는데 사용하는 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가족을 만나고 보니 시간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 자매도 외사촌 동생을 돌보면서 함께 어울렸고요 저도 조카를 보니 아기를 좋아하던 저의 원래 모습이 나옵니다. 남동생도 오랜만에 만났지요. 교대 근무로 고단할 텐데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를 보러 운전해 왔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면 감사가 없겠지요. 동생의 고향 방문에 고마운 마음 가득합니다. 아빠, 저, 동생 성격이 똑같아서 과거엔 부딪히는 일 잦았습니다만 나이 들어가는지 좋게 좋게 대화를 나눕니다.


아빠가 자주 깜박하십니다. 무릎, 심근경색 수술을 겪었지요. 게다가 암 수술을 세 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억력이 점점 사라지나 싶습니다. 저와 동생에게 살쪘다고 여러 번 말합니다. 살찐 것도 사실이지만 그저 달리하실 말씀이 생각나지 않아서 그러나 보다 이해해 봅니다. 아빠는 첫째 손녀 희수랑 나란히 앉아 이야기도 나누네요. 제가 어릴 때 공부를 잘했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희수는 어떤 마음으로 듣고 있을지 모르지만 외할아버지 이야기 잘 들어드리고 있네요.


친정엄마는 고기, 과일, 떡, 산적, 동그랑땡 등을 챙겨서 먹이려고 상을 차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동그랑땡 실컷 먹었지요. 아이들은 외숙모가 챙겨온 음식을 먹습니다. 저와 동생은 엄마가 차린 음식을 먹고자 애씁니다. 많이 먹지 않는다고 한소리 하시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상 차리면서도 한숨 쉬고 목소리에 힘겨움이 느껴집니다. 엄마의 모습이 작가가 되기 전 저의 모습은 아니었는지 회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저녁엔 동생 부부가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막내 희윤이가 사용하지 않는 자동차 장난감을 가져가기 위해서입니다. 피자를 시켜서 함께 먹었습니다. 따뜻한 밥 해먹일줄 모릅니다. 배달음식으로 대접해도 이해해 주는 동생과 올케가 고맙지요.


세 자매 아빠도 처가에 다녀오느라 애썼지요. 친정엄마가 사위에게 차 렌트비 쓰라고 돈을 보태 주네요. 이번엔 렌트 무료였습니다만 받았습니다. 늘 없는 살림인데도 사위에게 고마움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라 여겼습니다.

가족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애쓰고 삽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가족 모두 모이면 좋은 말만 나누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질병과 경제 문제가 깔려 있었습니다.


이번엔 달랐습니다. 가족을 작가 모드로 지켜봤거든요. 동생 부부의 대화 내용도, 친정 엄마와 아빠가 나에게 말하는 내용도 누나와 딸이 아닌 백작으로 받아들여봅니다.

집안일에 서툽니다. 식당 하는 시댁에 가도 식당 주방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설거지 느려 터져서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주방에서 설거지도 해보면서 엄마 옆에 있어 봅니다. 그리고 살쪘다고 반복해서 말하는 아빠에게도 이제 빼야지. 하면서 맞장구칩니다.


제가 작가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번 추석 명절에 어떤 말과 행동을 했을까요? 이해와 공감을 하는 모습을 가지게 되고 내 삶을 단단하게 쌓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앞서 말한 질병과 경제 문제도 해결되어야겠지만 우선 지금을 기쁘게 살아가는 방법은 이해와 공감입니다.


챙길 일 많습니다. 그래도 마음 넉넉해졌습니다. 작가 삶의 최고 수혜자는 저입니다. 함께 작가로 같은 길 걷는 분들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작가로 누리는 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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