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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Nov 02. 2023

오늘 힘들었나요?

몽실 언니 효과

쌍방향 화상 수업은 폐강했습니다만 학교 안에서 대면으로 만나는 동아리 형태의 수업은 진행 중입니다. 정해진 횟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수요일 1시 30분에 5학년 1반으로 오도록 안내했습니다. 두 권의 책을 선정하고 아이들과 읽고 있는데요 《몽실 언니》 결론만 남았습니다. 다음 주 독서노트 작성 후 책 한 권 정리할 계획입니다.

저와 함께 읽는 학생들은 저희 반 두 명, 2반 한 명, 5반 한 명 총 네 명입니다. 한 페이지씩 돌아가며 책을 읽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은 밑줄 그으면서 읽는 속도를 따라갑니다. 중간에 비속어도 있고요, 가정폭력에 해당되는 장면도 있습니다. 몽실이가 다리 다친 이유는 새아버지의 폭력 때문이지요.

625전쟁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서 읽기로 하고 간간이 장면이나 단어 설명도 해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읽은 후 소감을 말하게 하는데요. 대부분 하는 말이 몽실이 불쌍하다, 지금 나는 행복한 편이라고 말합니다. 교사인 제가 같이 읽자고 선정하지 않았다면 우리 아이들 읽을 기회가 없었을 겁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쓴 책이라 더 읽히고 싶었습니다. 


아이들과 동화 읽는 시간 덕분에 저도 책 내용에 몰입합니다. 독서 시간, 저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저의 조부모, 부모가 살았던 시대입니다.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렵게 살았던 어른들 덕분에 제가 그나마 편하게 살고 있다 싶습니다.

제 상황도 일상이 고되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지요. 하나만 키워도 힘든 세상에 셋이나 낳아서 키우고 있고요, 남편의 일은 잘 풀리지 않습니다. 

저희 집은 아이 셋이 코로나, 독감 돌아가며 걸리고 있습니다. 실손보험이 있긴 하지만 병원에 들어가는 비용도 있고, 차가 한 대뿐이라 입원한다면 저의 경우 택시도 자주 이용합니다. 한 명 입원하면 남편과 저는 비상이지요. 일도 해야 하고 병원도 챙겨야 하며 나머지 딸들도 먹이고 학교에도 보내야 하니까요.


1년 전 완성한 초고에 '아이 셋 돌아가며 아플 때'라는 글을 쓴 적 있습니다. 셋째가 초등 1학년이라 이제 괜찮을 줄 알았더니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올해 1월에 첫째 코로나, 셋째 독감, 5월에 둘째 코로나, 10월에 둘째 독감, 11월 오늘 셋째 고열인데요. 내일 검사 다시 할 예정입니다. 

오늘 오전부터 셋째 학교, 학원에 못 간다고 연락해야 일도 분주했고요. 셋째가 독감일까 코로나일까 염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출근했습니다. 결과는 음성인데 열이 40도가 되니 입원을 시켰지요. 하루 지나서 독감일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조퇴를 해야 하나, 오후에 처리할 업무는 어떡하나 고민되었고요. 남편과 오후 병원을 교대해 주어야 하니. 남편 회원도 아파서 수업이 취소되었더라고요. 일이 많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까지 했습니다. 


셋째가 아프기 전에는 남편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이 걱정거리였는데, 셋째가 입원하는 순간 다행한 일이 되었네요. 첫째와 둘째 입원은 걱정되지 않습니다. 고등학생이고 중학생이니까요. 셋째 입원은 여전히 비상이지만 저는 내일 제출할 보고 공문 때문에 학교에서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일하다 퇴근했습니다.

《몽실 언니》 뒷부분에 몽실이가 정씨 아버지를 자선 병원에 모시고 가는 장면 있습니다. 의원에 들어가려는 길 줄로 인해 아버지는 진료를 받지 못합니다. 

아이들 감기로 자주 아픈 일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이지요. 과거에는 엄마이면서 요리도 못하고 애들 밥 시켜주고 해서 아이들이 약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내가 낳아준 게 어디야. 그래도 이 정도 돌보면 잘하고 있는 거라고. 자신만만하게 살아갑니다.


아이들 돌아가며 입원하는 일과 오늘 동화책 읽은 경험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부모, 부모 어릴 적보다는 제 상황이 훨씬 좋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퇴근 시간쯤 친정엄마 전화 왔더라고요. 딸이 가장 마음이 쓰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설날에 친정에 제사 좀 챙기라고 하네요. 라오스 꼭 가고 싶다고요. 가시라고 했습니다. 꼭 가야지요. 자주 있는 기회 아니니까요. 저 대신 동행해 주시는 이모와 이모부께 고맙습니다. 둘째, 셋째 아팠다는 얘기도 하고 어제 미처 말 못 한 첫째의 편지 쓰기 대회 수상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일은 풀리지 않고, 아이들은 자주 아프고. 평소에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오늘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동안 입퇴원 자주 있었습니다만 지금이 가장 마음이 평온한 것 같네요.


제 주변에 독감 학생들 많습니다. 코로나 환자도 무수히 많았습니다. 사실 지금 저도 머리가 띵하고 무겁습니다. 목도 좋지 않고요. 주문을 걸어봅니다. '난 괜찮아. 왜냐하면 현충일 때 독감이었잖아. 난 한 번도 걸린 적 없는 슈퍼 항체 보유자일 거야.' 

오늘도 이렇게 기록합니다!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25299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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