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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Nov 03. 2023

할 말 멈추고 들어줄 수 있습니다

억울하고 합니다. 있었던 이야기를 하면서 화도 냅니다. 교실 속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도와줄까 생각합니다. 특히 체육 리그전이 끝난 후에 아이들의 목소리는 더 커집니다. 상대방 반칙과 심판에 대한 의심으로 체육시간 분위기도 무거워집니다.

이렇게라도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들어줄 수 있습니다. 가만히 들어주기만 해도 속상했던 마음 절반으로 줄어들 테니까요.


제가 최근 관심 가지는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거나 평소 교실 안에서 조용하게 지내는 친구들입니다. 별일 없으면 문제 될 것 없겠지만 내가 도와줄 일을 놓치는 건 아닌지 궁금하고 염려됩니다.

화를 내는 아이거나 자기표현을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시 쓰기를 시켰는데요. 산문형식으로 줄만 바꿨지만 학생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솔직하게 쓸 것을 강조했더니 제가 교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지시 내용도 시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자기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30명 가까이 되는 교실에서 교사가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쓰는 행위를 통해 아이들을 파악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요. 


학생들도 처음엔 일기 형태의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겉으로는 싫다고 내색하지 않지만 쓸 게 없다는 말은 자주 합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저를 만나서 가져갈 것은 무엇일까 매번 생각합니다. 미술을 잘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체육 시간을 더 주지도 못합니다. 그저 읽고 쓰는 삶을 주는 게 최선이다 생각하고 있다. 오늘 적은 A4용지 글과 학생들 일기장을 통해 아이들과의 소통을 시도해 봅니다.


아이들에게 쓰는 행위가 도구이자 위안이 되면 좋겠습니다.


쓰는 삶을 선택했더니 저도 할 말 멈추게 됩니다. 작가로 살기 시작하면서 들어주는 힘도 생긴 것 같습니다. 이렇게 틈만 나면 적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제 마음도 진정시켜 봅니다.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246535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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