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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Oct 25. 2023

'오늘'을 씁니다. 작가에게 쓰지 못할 경험은 없습니다

1년에 한 번 평일에 쉬는 개교기념일입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도 마음먹으면 쉴 수 있었지요. 방학마다 교육대학원 강의 3학기째 들었기 때문에 오늘 개교기념일일 평일에 학교 가지 않는 유일한 날이 되었습니다. 

책쓰기 무료특강 평일 오전 강의로 기획했습니다. 주부 예비 작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지고 있었고요. 평소에는 야간이나 주말 강의를 해야 했으니 평일 오전의 분위기도 느끼고 싶었습니다. 며칠 동안 가려움증으로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젯밤부터는 목도 아프도 두통도 느껴졌습니다. 잠실 교보 다녀온 후 공저 초고 마무리로 집중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잠도 푹 잤는데 컨디션 조절 시급해 보였습니다. 오전 강의 때 목소리가 매끄럽게 나오지 않더군요. 목이 막혔습니다. 중간에 물을 마시면서 말소리를 이어갔습니다. 예비 작가님들 보는 순간 기분이 좋아지네요. 제가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소통할까에 집중했습니다. 평소보다 목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이분들과 오늘 말고는 더 이상 만날 기회가 없을 수도 있겠다 싶어 질문에도 답변을 잘 하고자 애썼습니다. 과거의 저를 생각하면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기대되신 주는 마음으로 만나니 그저 반갑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언제 만나더라도 백란현 덕분에 글 썼다는 소리 들리기를 기대하니 마음 벅찹니다. 스승 덕분에 태도를 배울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오후엔 퇴고를 하려고 원고를 열었습니다. 10월 10일에 저장한 그대로 있더군요. 라이팅 코치니까 개인 저서 실적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여 1년 전 초고를 꺼내든 겁니다. 어제까진 공저 초고를 완성했고 퇴고 안내가 오기 전에 개인 저서 퇴고를 조금이라도 진행해야겠지요. 그런데 다음 개인 저서 뭐 쓸까 생각이 자꾸 생겨서 퇴고에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잠이 몰려오네요. 가려움증, 목과 머리가 동시에 아프고, 생리통까지. 이런 걸 컨디션 난조라고 할까요? 퇴고를 멈추고 자기로 했습니다. 30분 알람 해두었는데 언제 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쉬는 날이라 생각했으니 알람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지지 않네요. 중간중간 쉬어줘야 다음 일도 차질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몸도 쉬고 마음도 돌보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하면 빡빡한 일정도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일어나야 합니다. 왜냐하면 5시 30분부터는 대학원 강의를 들어야 하거든요. 계절제 대학원인데 미리 몇 회 수업을 당겨서 하기로 합니다. 제시간에 입장했는데 근무 사정상 늦게 들어오는 동기들이 있습니다. 6시까지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대학원 강의는 현장에서 들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줌 화면 응시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8시 넘어 대학원 강의 종료입니다. 다음 강의 날짜를 다음 주 화요일로 잡는다고 했는데 교수님이 제게 의견을 물어보길래 11월 3일로 하자고 했습니다. 배고프고 허리까지 아픕니다. 채팅창에 일일이 메모하면서 강의하는 교수님이 음소거 해제하고 그때그때 답변을 해달라고 합니다. 교수님 입장을 생각하니 열강에 감사하게 됩니다. 아동문학교육 연구자로서 으뜸인 분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공부도 챙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어렵습니다. 그래서 반복 독서의 힘을 믿어보려고 합니다. 강의를 하는 코치가 되고 보니 수강생 입장에서 더 환하게 웃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수님도 배고프셨겠지요. 공부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오늘 둘째 희진이 합창 데려다주는 날이었습니다. 희진이가 친구랑 같이 택시 타고 간다고 해서 오늘 제시간을 아낄 수 있었네요. 안 그랬다면 저도 대학원 강의 시간을 못 맞추고 지각했을 겁니다. 둘째 많이 컸습니다. 합창을 그만두려고 하네요? 제가 괜히 아쉽습니다. 위촉 기간 2년만 잘 마무리하겠다고 합니다. 아쉬운 마음, 3호를 입단 시켜야겠다는 계획으로 달래봅니다.

큰딸 희수 생일입니다. 대학원 강의 7시 30분에 마치면 케이크 촛불 꽂고 함께 노래 부르려고 했는데 교수님 강의가 30분 늦게 마쳤네요. 거실에서 첫째와 셋째의 노랫소리 들립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다행히 큰딸 희수는 생크림 케이크와 한우 넣은 미역국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제가 처음 엄마가 된 날입니다. 국제연합일에 태어난 희수가 친구 간에 잘 지내는 모습에 기분 좋습니다. 희수를 존중합니다.

오전에 책쓰기 무료특강 마친 후 이은대 대표 강의 늦게 들어갔었습니다. 40분간 들었지요. 저녁에도 9시 강의에 접속했습니다. 초보 작가 글쓰기 공식 세 가지를 알려주네요. 덕분에 나는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가지 더 도움 되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입니다. 저는 감정에 자주 휘둘립니다. 상대방이 언급하지 않았는데도 말과 행동을 오해하는 일이 잦습니다. 오해 대신 이해하는 사람 되어야겠다 생각했지요. 상대방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어도 나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도 팩트를 보는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팩트를 보려고 하면 기대하는 마음 우선 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주는 것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은대 대표 강의 듣기 전에 이현주 글빛백작 대표 강의 응원 잠시 하러 폰으로 접속했지요. 수강생들과 책쓰기 수업을 진행하는 이현주 대표에게 설렘이 느껴집니다. 성실한 수강생 덕분에 라이팅 코치도 한결같은 태도로 연구하고 강의해야 됩니다. 같은 길을 얻는 이현주 대표 덕분에 힘납니다. 공저 원고 모은 파일 읽어보라고 권했습니다. 공저 원고도 검토할 수 있는 코치가 되어야 하니까요. 서로 실습합니다.

일과를 마무리하면서 블로그에 흔적 남겨봅니다. 하루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정도이지만 오늘 개교기념일은 20년 동안 겪었던 어느 개교기념일보다 잘 살았다 생각합니다. 오늘도 저의 하루 이야기를 들어주는 블로그 고맙습니다!

읽고 쓰는 삶! 저에게 선물처럼 다가왔습니다. 인세를 받을 수 있을까 싶어 책 쓰기 게 관심 가졌던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다행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돈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오늘 무료특강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겁니다. 어떻게든 꼬셔야 하니까요. 제 진심만 전하면 됩니다. 선택은 그들 몫이지요. 그리고 인세에 관심 가지고 책쓰기에 대해 알아본 점 다행입니다. 시작은 인세였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쓰기의 가치를 알게 되었거든요. 쓰는 시간 덕분에 내일 삶도 단단하게 살아갑니다.

작가에게 쓰지 못할 경험은 없습니다. 잘한 점은 잘했다고 쓰고 부족한 점은 부족하다고 쓰면 됩니다. 즉, 실패가 없습니다. 오늘을 쓴 글 덕분에 저로 인해 힘을 얻는 독자 있을 테니까요. 한 명이라도 소통할 수 있다면 계속 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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