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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Nov 30. 2023

등굣길

보도블록 공사 중이다. 출입을 제한하였으니 옆 아파트를 통과하여 학교 뒷문 쪽으로 걸어간다. 희윤이 학교와 내가 일하는 학교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우리 집에서 희윤이 학교 입구까지 갔다가 방향을 돌려 우리 학교까지 가려면 출근 시간 20분 전에 나와야 한다.

오전 시간이 여유 있는 희윤이 아빠가 희윤이 등교를 챙겼다. 등교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것 같았다. 어제와 오늘 내가 출근길에 데려다주기로 하고 희윤이를 깨웠다. 엄마와 같이 간다는 소리에 평소보다는 일찍 준비하는 것 같았다. 

오늘도 늦었다. 지각할까 봐 마음이 급한 나는 희윤이가 말하는 내용을 듣고 있지 않고 중간에 끼어들었다.

"내가 2학년 되면 혼자 피아노 학원 갔다가 태권도 가면 되지? 태권도는 유주와 함께 2부에..."

"희윤아 태권도 먼저 가는 게 아니라 피아노 먼저 가야 돼. 태권도 3부..."

본인 스스로 그렇게 말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중간에 말을 끼어들었다며 목소리 커진다.

"피아노, 태권도 다 안가, 합창도 안가."

걸음걸이도 느려졌다. 

"엄마가 희윤이 말 끊어서 미안해. 학교 잘 다녀와."

"그래도 사과 안 받아줄 거야."

희윤이가 교문 앞에서 멈췄다.

희윤이가 교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 본 후 달릴 참이었다. 차로 한 바퀴 돌면 수월했을까. 우리 아파트 동 앞에 울타리 한 칸을 뜯어? 놓았기 때문에 걷는 게 더 빠른 것 같다. 들어가라고 하고(들어가든지 말든지) 난 몸을 돌렸다.

"엄마 가지 마."

다시 우리 학교로 같이 갈 기세다. 마침 교장선생님이 교문 쪽으로 걸어 나오셨다. 

"엄마 다녀오세요 인사하고 우리 들어가자."

교장선생님이 챙겨 들어가는 걸 보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교실에서는 최대한 아이들 이야기 끝까지 들어주려고 노력한다. 집에선 선생님이 아닌 게 확실하다. 내 딸들 이야기는 중간에 잘라먹는다.

희윤이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귀가 얼얼하다.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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