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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Feb 13. 2024

바쁜 학년말, 초등 교사 체계적으로 일하는 방법

물론 스케줄대로 해결해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2월 16일까지 출근합니다. 공문서 정리 및 교실 짐도 빼야 합니다. 학생들과 남은 기간 생활해야 하고요. 하루씩 해내야 하는 업무가 있습니다. 담당자별로 마감시한을 정해줍니다. 종업식이 16일인 만큼 마감일도 겹치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반 편성 결과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학생 한 명씩 적어둔 이름표 145개를 가부터 바까지 배정했답니다. 6학년 새로 배정한 학반별로 사진 찍어둔 명단을 보고 반 편성 양식에 이름을 입력했습니다. 반별로 담임 교사가 정리해 준 이름을 보고 일일이 대조 작업도 마쳤고요. 한 명이라도 빠지면 큰일 나겠지요. 부장 도장도 필요했습니다. 도장 찍고, 통합학급은 통합이라고 표시도 해서 봉투에 명단을 넣어두었습니다.


전교 임원 선거도 있었네요. 유권자 한 명마다 교사 컴퓨터로 로그인을 해줍니다. 한 명씩 전자 투표 진행하고요. 투표하기 전에 후보자 연설도 듣습니다. 실천이 가능한지를 학생들은 마음속으로 판단하겠지요. 


2학기 수행평가 문항 최종본을 제출합니다. 평가 협의록도 작성해야 했고요. 업무, 학년 인계서도 내라는 연락받습니다. 업무는 전자 문서로, 학년 비품 리스트는 종이에 출력해서 내라고 합니다. 아마도 종이를 모아 담당 부장님이 일괄 전자 문서로 정리하려나 봅니다.


우산꽂이도 청소하라고 하는군요. 작년에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들에게 우산뿐만 아니라 개인 물건을 집에 가져가라고 안내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학생들이 느긋해 보입니다.


학년 교육과정 마무리를 위해 연구실과 교실을 오갔습니다. 단면 인쇄된 종이를 양면으로 다시 복사해 봅니다. 교육과정 두께도 줄여 줘야 비전자 문서 등록이 수월할 것 같았거든요. 연구부장을 해본 저의 배려라고나 할까요?


4시 30분이 퇴근 시간입니다. 다른 회사보다는 이른 편이겠지만 동료 중에서는 늦게 6시 다 되어 교문을 빠져나갔습니다. 교실 문 잠그기 전에 내일 챙길 업무를 나에게 쿨메신저 보내기 예약을 걸어놓았습니다. 보건실 물품 보내라는 것도 오늘 놓쳤네요.


20년째 바쁘다는 말로 2월을 채웁니다. 급식 한 숟가락 떠먹으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새 학교에서 전화가 들어오네요. 다음 주 출근 날짜를 전달해 줍니다. 이번 주는 현재 학교에서, 다음 주는 새 학교로 출장. 3월 1일 소속이 바뀌니 출장 처리됩니다. 그렇다면 교실 짐도 이번 주에 다 빼야지요. 사실 학교(교실) 이사가 젤 걱정스럽습니다.


2월은 정신이 없습니다. 바쁜 강도를 매일 갱신하는 기분입니다. 과거의 분주함은 지나갔기 때문이겠지요. 학교생활에서 바쁘지 않은 적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20년 된 교사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을 할 정도면 신규교사는 얼마나 분주할까요. 이거 했다 저거 했다, 메신저 들어오면 아차 놓친 거 다시 해결하는 2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바쁜 학년말, 초등 교사 체계적으로 일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첫째, 작년 문서를 열어 일 년 치 일정과 새 학년 학사일정을 확인 비교합니다. 어느 학교에서 근무하더라도 작년 문서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새 학년도에 바뀌는 부분 있겠지만 일정을 미리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이 한꺼번에 몰리는 기간 확인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학기 초와 학기말이 되겠지요.


둘째, 부서별 업무계획이 발표되었을 때는 마감일을 나의 스케줄에 입력해 둡니다. 저의 경우 마감일보다 하루나 이틀 앞에 저만의 마감일을 정해둡니다. 물론 스케줄대로 해결해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셋째, 그때그때 처리합니다. 마감일 전에도 다른 업무가 치고 들어오기도 하겠지만 연락받은 즉시 해결하는 습관을 들이면 일이 밀리지 않습니다. 보통 저보다 선배 교사들이 이렇게 업무를 챙기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본받고 싶은 모습입니다.


넷째, 업무를 챙기다 보면 학급 운영에 소홀할 수 있으므로 나만의 학급 연간 일정을 고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교 일은 변수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나만의 학급은 내가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준비하고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좋은 마음으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일 인상 쓰면서 일할 수는 없겠지요. 내일 헌 교과서를 버리는 날입니다. 교무실 담당자에게 교사용 지도서는 버릴지 말지 물었습니다. "그건 학년에서 결정할 일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내가 구체적으로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일이 바쁘지만  좋은 마음으로 응대하고 사람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기별 업무를 예상하고 마감 전에 당겨 하면서 나의 학급은 탄탄하게 세우는 2024학년도가 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학생과 동료를 챙기는 21년 차 교사가 되어보겠습니다.


일은 바쁜 게 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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