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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Oct 20. 2023

담임 쭈그리 되어도 괜찮다


학생들에게 토요일부터는 매일 글을 쓰라고 했다. 아이들 한숨소리가 커졌다. 어른도 매일 쓰기 힘든데 초등 5학년 입장에서 갑갑할 터다. 어제 쓴 초고에 대해 말해 주었다. 대단한 이벤트에 대해 쓴 게 아니라 우리 반에서 있었던 영화 본 내용으로 글 썼다고 했다. 영화 보는 일은 관점에 따라 특별한 일이 될  수도 있고 일상일 수도 있다. 내가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과거 추억 속에 있던 대단한 이벤트를 쓴 게 아니라 어제 있었던 일을 글감으로 여기고 썼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내가 다음 글을 써야 하는데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이 안 난다고. 너희들 생각을 말해달라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은 부탁이라고. 초고 작성 중이라 글 주제를 블로그에 쓸 수는 없지만 아이들에겐 키워드를 말해주었다. 너희들이라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물었다.

도와달라는 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 걸까. 너도 나도 입을 열었다. 영화, 게임, 쉬기 등 아이들마다 자신이 평소에 하고 있는 경험을 말한다. 칠판에 단어를 써본다. 한 번 말하고 추가로 발표하는 아이들도 있다. 


"평소에 여러분들 발표 태도와는 다르네요. 오늘 무엇이 달라졌길래 이렇게 적극적으로 발표하나요?"


선생님이 부탁을 하니 발표에 대한 압박감이 사라졌다고들 말했다.




고학년의 매력이다. 아이들 앞에 권위 있는 모습을 보였다가도 쭈그리로 변신해서 도움을 요청한다. 아이들과 삶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담임의 읽고 쓰는 삶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오늘의 작은 경험이 아이들 주말 글쓰기에 도움 되기를.



영어실 갔던 아이들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https://blog.naver.com/true1211/22324030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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