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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Feb 17. 2024

마음을 전했습니다

1년 동안 쉽지는 않았습니다. 학년부장 업무도, 학급 담임 역할도. 힘든 일을 오래 기억하지 못합니다. 빨리 털어버려야 다음 일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종업식을 하는 날이 되니 좋았던 일만 생각났습니다. 다행입니다. 학급 학생들, 동 학년 선생님들께 마음을 전했습니다.

2023학년도를 함께 살았던 학교 가족을 응원해야 저도 행복하지요. 송별회를 하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습니다. 그때 반갑게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마음을 전하는 방법으로 첫째, 선물하기, 둘째, 청소 깨끗이 하기, 셋째, 점심 챙기기, 넷째, 대화 나누기, 다섯째, 송별회에 오래 머무르기입니다.

첫째, 소소하지만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는 형광펜 하나씩 나눠 주었습니다. 대단한 선물은 아니지만 라벨을 하나 붙여주니 근사하게 보였습니다.

"매일 읽고 쓰는 백작 20기 OOO"

학생들에게 라벨 붙여주면서 확인 후 떼라고 했습니다. 전 날 짐을 모두 집에 가져갔기 때문에 테이프가 없어서 붙여주지 못했거든요. 원하는 색깔은 아니었지만 하나씩 주니 공손하게 받네요. 1년 동안 많이 자란 학생들입니다.

동 학년 선생님 여덟 분께 작은 핸드크림과 초콜릿을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백작 드림"

저보다 선배 선생님이 더 많으셨습니다. 늘 협조해 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이지요. 나는 과연 이분들처럼 후배를 챙길 수 있을까 싶은 마음도 듭니다. 좋은 건 아니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작은 것이라도 주는 기쁨 작가 생활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둘째, 청소하기입니다.

매년 2월에는 교실 두 칸을 대청소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생각은 이러합니다.

"제가 새 교실 들어갈 땐 먼지와 함께 눌러 앉고, 쓰던 교실을 비워 줄 땐 1년 중 가장 깨끗한 상태로 만든다."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극세사 걸레 세 개를 빨라 바닥을 닦았습니다. 이미 학생들과 청소한 상태였지만 물걸레로 닦아야 될 것 같았습니다. 학생들과는 물티슈로 청소하게 되어 덜 닦인 부분이 있었습니다.

교탁 먼지, 테이프 자국, 컴퓨터 본체 주변 등 닦을 수 있는 건 다 닦았습니다. 몸살이 날 지경이었지요. 교실 열쇠랑 컴 비번까지 새 교실 주인 선생님에게 전달했고요. 구글 계정 로그아웃과 교사 인증서 삭제까지 마무리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컴퓨터 파일와 이동으로 분주했습니다. 컴파일까지 비워야 진정한 청소라고 생각합니다. 새교실 들어갔는데 컴퓨터 안에 어수선하면 제 머릿속도 복잡해졌습니다. 단, 학년부장 업무는 바탕화면 폴더 하나에 넣어두었습니다. 작은 배려입니다.

셋째, 점심 챙기기입니다. 

급식이 없는 종업식 날. 특히, 교과전담 선생님 세 분께 전화했습니다. 점시 뭐 드실지 말입니다. 제가 사드리려고 했는데 한 분은 도시락을 싸오셨고 다른 한 분은 방과후 수업 중이었습니다. 저 포함 시간 되는 네 분이 함께 먹기 위해 잠시 식당에 가거나 배달시키거나 하려고 했지요. 동 학년 선배 선생님이 컵라면 있다고 해서 먹었습니다. 이른 저녁으로 송별회 식사가 잡혀 있었으니까요. 커피는 교무실에서 네 개 가져와서 먹었습니다. 이렇게 동 학년 점심 챙기기도 마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저는 학년부장이었으니까요. 

넷째, 대화 나누기입니다.

정리할 것도 남았고, 마지막으로 결재 올릴 문서도 있었지만 믹스 커피 한잔하면서 소소한 대화를 나눕니다. 물론 학년말과 신학기 관련 내용입니다. 2024학년도에 업무와 학년 윤곽이 드러난 상태였기에 대화할 내용이 많습니다. 저는 현 학교에서는 저학년을 희망하지 않았고 고학년 부장을 희망했는데 새 학교에서 저학년 부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서로에게 유익합니다. 친근감도 생기고 이후에 업무하다 보면 서로에게 도움 요청할 일도 생기거든요. 무엇보다도 컵라면 준비해 주신 든든한 선배님 덕분에 일 년을 잘 보냈기에 대화하는 시간은 귀합니다.

다섯째, 송별회에 오래 머무르기입니다.

1차로 고기만 먹고 일어나려고 했지요. 저는 송별회 같은 회식 장소에서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인사하고 대화하는 일에는 서툽니다. 제 자리에서만 앉아 있습니다. 오히려 3년간 함께 근무한 선생님들이 다가와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커피도 마시러 갔습니다. 1년 업무를 끝내고 함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습니다. 저학년을 맡을 예정이라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요 15년 전, 10년 전 동 학년 했던 이야기도 나눕니다. 옆 테이블에서는 친목회장님이 회비 사용 영수증도 확인하시더라고요. 항상 사람 챙겨주시는 친목회장님께도 많이 배웠습니다. 어색하게 앉아 있어도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음식도 더 챙겨 주십니다. 송별회에서 정을 나누면서 마음을 받은 것 같네요.

업무로 만나는 인간관계입니다. 그래서 정이 들면 힘들기도 했습니다. 동료 사이이므로 나름대로 거리도 유지하면서 서로를 위하는 지혜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종업식 당일, 마음을 전할 시간조차도 없지요. 현장의 현실입니다. 그래도 하루라는 시간 안엔 사람이 존재합니다. 선배와 후배 덕분에, 함께 한 제자 덕분에 1년 잘 살았습니다.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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