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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Feb 23. 2024

신학기를 준비하는 교사들을 응원합니다

교사로서 신학기 준비 많이 바쁘시죠? 저도 그 마음 잘 압니다. 신학기 학급 운영 계획과 첫날 활동도 챙겨야 하는데 교실 청소도 안 되어 있으면 더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특히, 제가 맡게 된 입학식 업무처럼 2월에 당장 추진해야 하는 업무를 맡은 경우에는 평소보다 일이 몇 배로 몰리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화요일과 수요일은 현재 소속 학교에서 근무할 학교로 출장 왔습니다. 신학기 준비를 위해서입니다. 공식적으로 이틀간 일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1학년 부장을 하는 입장에서 시간이 부족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제와 오늘 출장 처리는 하지 않았지만 교실에 와서 일을 챙겼습니다. 


바쁩니다. 동 학년과 일 분담이 잘 되어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도 잘 진행되었습니다. 동 학년 선생님들이 첫날 안내장, 학생들 자리 이름표 등 준비했습니다.

저는 부장으로 입학 업무를 추진해야 합니다. 작년 1학년 부장님 설명을 듣고 하나씩 챙겨봅니다. 현수막도 입학 준비 기념품도 알아보고 문서를 수정했습니다. 입학은 협조자가 중요하지요. 방송 부분도, 책상 배치도, 유치원과의 소통도 필요합니다. 잘 도와주시는 교직원 덕분에 하나씩 챙겨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한된 날짜 안에 진행해 보려니 나의 예상과 다르게 시간은 부족합니다. 

학생들에게 줄 물건을 구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기가 촉박할 때 여러 학교에서 문구류를 주문하는 것 같습니다. 색깔, 구성, 비용 등이 제 마음 같지 않습니다. 차선책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배달도 늦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업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급하게 물건 요청했음에도 물량을 확보해 주셨으니까요.

현수막도 업체 문의하고 시안을 받았습니다. 어떤 시안을 할 것인지 내부 의논이 이루어집니다. 안내장과 피피티 자료도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소통하는 시간, 의사결정에서 중요하고 시간도 소요됩니다.


화, 수, 목 3일간 교실과 연구실에 머물렀지만 교실 바닥 청소를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풍선 장식 시간 조율, 강당 의자 까는 날짜 등 행사를 위한 주고받는 내용이 있다 보니 학급 일은 뒤로 밀립니다.


바쁘고 정신없는 2월도, 3월도 곧 지나갑니다. 업무 바쁜 것을 어떻게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저는 기존 교실을 청소하고 왔지만 새로 받은 교실에 먼지가 가득한 부분도 기존 담임한테 다시 청소하라고 할 수도 없고요. 입주 청소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저는 마음을 다르게 먹는 방법으로 2월 스트레스를 해결합니다.


첫째, 새 교실이 깨끗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지 않습니다.

전자칠판이 들어온 후 먼지가 더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던 먼지가 물티슈로 닦으면 까맣게 묻어 나왔습니다. 책상 20개에 손소독제를 일일이 짰습니다. 그리고 물티슈로 닦았습니다. 20개의 책상 위를 닦으면서 입학생들이 앉아서 저를 바라볼 날을 상상했습니다. 더 닦아주고 싶었습니다. 대충 보기엔 책상 서랍에 뭐가 없는 것 같았지요. 책상을 기울여보니 가득 튀어나옵니다. 20개 책상을 모두 쓰러트려보았습니다. 의자도요. 책상과 의자 발바닥(저는 이렇게 부릅니다)에 뭉쳐 있는 먼지도 물티슈로 닦아냈습니다. 청소 용구함엔 페트병도 있었습니다. 꺼내어 재활용통에 버렸습니다. 지금 아니면 먼지를 그대로 보관하겠구나 싶어서 몸을 굽혀 닦았습니다. 사물함 위에 올라가 작품 게시판 윗부분도 먼지를 닦았습니다. 먼지와의 전쟁이었습니다.


둘째, 2월에 업무가 바쁘면 분명 수월한 날도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일을 추진합니다. 

함께 해야 할 입학식 업무 추진으로 분주합니다. 입학식은 3월 4일이면 끝이 나겠지만 입학으로 인한 서류 작업은 이어집니다. 그래도 3월에 해결할 일입니다. 행사로 인해 분주한 일은 한때지요. 

3월에 분주한 일 추진이 부담되어 도서관과 독서교육 업무 위주로 맡은 적 많습니다. 이 업무는 연간 업무였습니다. 어떤 업무가 더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한철 정신없다가도 시간 흐르면 업무 면에서는 숨 돌릴 날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셋째, 교직원과 협의를 해서 정해야 하는 업무를 할 때는 그분들과 관계 형성을 하는 기회라고 여깁니다.

지금 저는 주로 교무실에서 일하는 분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 대신 X 배너 등의 물품도 찾아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행정실과의 소통 부분도 제가 전입한 교사이므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잘 몰라서 교무실 도움을 받습니다. 오늘은 퇴근도 늦어져서 숙직하시는 분과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구성원들을 한 분씩 알아갑니다. 돌봄교실 선생님과도 하교 관련 의논을 했고요. 방과 후 학교 관계자와도 협의를 했습니다. 이번 주 많은 교직원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2월 바쁩니다. 힘듭니다. 그런데 무엇이 어떻게 바쁘고 힘든지 생각하고 리스트를 적어보면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때보다는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오늘도 챙길 것 메모하면서 전입 학교에 적응 중입니다. 저는 학교 적응 부장입니다. 신입생과 함께 학교에 들어왔으니 딱 어울리는 보직입니다. 

마음먹기라는 그림책이 계속 생각나는 날입니다. 우리의 일도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학교에 와서 일을 챙긴 덕분에 동 학년과 새로운 메뉴를 시켜 먹는 재미도 누렸고요. 


두루뭉술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멋있는 사람이 되어 보려고 합니다. 바쁜 것도 즐길 수 있는 사람이지요. 전자칠판에서 유튜브 접속해서 아이유 노래 들을 수 있는 사람 바로 접니다.


신학기를 준비하는 교사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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