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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Mar 15. 2024

새 학년 새 학기 3월, 교사도 적응 기간이 필요해

학교 적응 부장. 1학년 부장, 21년 차 교사.

최근 5년간 2학년 1년, 5학년 4년 맡았던 교사. 

이전 학교에서도 학년부장이었으나 옮기자마자 또 부장.

아직 학교 시스템을 다 모른다. 그래서 학교 적응 부장인 나만 적응하면 모두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적응 중인 다섯 가지를 말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일과 운영이다.

최근 2주간 4교시하는 날에, 1학년 마치는 시간은 1시라고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화, 목, 금에는 4교시 마치는 시간 12시 50분이라는 문구를 일과 운영 표에서 봤기 때문이다. 1학년 세 명 교사가 월, 수는 1시에 4교시 마치고 화, 목, 금은 12시 50분에 4교시 마친 후 10분 쉬고 5교시 시작한다고 해석했다. 입학생 안내자료에서 1시에 마친다고 적었다.

우리 집 3호가 12시 50분에 마치고 돌봄교실로 향하는 걸 발견했다. 같은 시간에 마쳐야 될 텐데 싶어서 2학년 부장에게 물어봤더니 12시 50분이라고 했다. 마치는 시간을 수정하여 1학년 전체로 안내했다.

월요일마다 부장 회의와 방송조회가 있는 점, 8명 부장이 모인 카톡에서 업무 협의도 이루어진다는 점 등 일과 운영에 대해 하나씩 적응 중이다.

둘째, 학생들에게 적응 중이다. 2년 연속 5학년 하다가 1학년에 왔다. 2021년에 2학년 담임하면서 교과 전담 없이 종일 반 학생들을 살펴야 했다. 그보다 더 어린 1학년을 맡으면서 내가 학생들에게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몇 가지 특징을 발견했다. 선생님한테 자주 안긴다. 자기 이름을 부르지 않고 전체로 안내하면 행동하지 않는다. 그림책 읽어주는 시간에는 고학년보다 리액션이 좋다. 수업 중 갑자기 옛날(?)에 있었던 일을 말한다. 말다툼이 생겨서 무슨 일인지 가까이 가서 물어보면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까먹었다고 말한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수업 시간에 또 간다. 등

단호할 땐 단호하게 지도하는 편인데 아직까진 내 모습을 다 보여주진 않은 것 같다. 선생님 무섭다 할까 봐 내가 말조심한다. 한 명씩, 하나씩 천천히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사랑고백을 하는 1학년 때문에 웃게 된다.

셋째, 공문 공모에 적극적이다. 독서 관련 공문을 읽었다. 내 것은 아니지만 지원할 생각이었다. 올해 두 개 학년만 응모하라는 제한 사항이 적혀 있었다. 1학년도 하고 싶은데 고학년이 우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혜택 주는 공모에 적극적이라서 신선했다. 나도 나름 적극적인데 독서 공문은 내가 밀릴 수도 있겠다.

넷째, 교직원 이름을 알아가는 중이다. 부장 회의를 하면서도 몇 학년 부장님인지 사람과 학년 연결이 잘 안된다. 나만 신입 부장이라서 더 그런가 보다. 그래도 조금씩 적응되리라 믿는다. 

그나마 건물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고 확신했는데 첫날부터 교무실을 못 찾았으니 3년 만에 되돌아온 학교 많이 바뀌었다. 전자칠판과 엘리베이터. 가장 큰 변화다.

마지막으로, 3호와 나 사이. 적응 중이다. 학군에 산다. 3호가 배정받은 학교에 내가 들어왔다. 함께 등교한다. 3호는 수업 마치고 한 번도 내 교실에 오지 않았었다. 가끔 와도 된다고 했더니 어제오늘 이틀째 엄마인 내 교실에 들른다. 문제는 우리 반 아이들과 마치는 인사가 끝나자마자 앞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점이다. 안아달라고 하고 돌봄교실에 데려다 달라고 한다. 5분의 시간 짬을 내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매번 그럴 수는 없다. 우리 반 학생들과 돌봄교실과 주변 학원도 같이 다니니 다른 학생도 배려해야 될 것 같다. 집에 와서 말했다. 한 달에 한 번만 엄마교실에 오라고. 

모두의 적응이 필요한 3월이다.

부장인 나도, 1학년 신입생도, 3호도 모두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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