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란현 작가 Mar 09. 2024

남아 있는 185일을 걱정하는 1학년 선생님께


1학년 신입생 맞이하느라 많이 힘드시죠? 저도 그 마음 잘 압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1학년 맞이하기 전에는 이왕 1학년을 맡은 김에 2년 연속은 가르쳐 봐야 저학년 전문가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논문도 고학년 대상으로 연구해서 쓰려고 했었는데 학년도 바꿔야겠다 결심했었고요. 막상 1학년을 만나고 나니 내가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나 하는 반성이 되었습니다.


이전에 세 번 1학년 담임을 한 적 있습니다. 연속으로 5학년 담임은 해본 적 있었지만 1학년을 연속으로 해보진 않았습니다. 그만큼 교사로서 수월한 학년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학교 적응과 학습 태도 훈련이 요구되는 시기이기에 어느 학년보다도 담임교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학년입니다.


고학년을 할 때는 마치는 시각은 늦어지겠지만 중간에 교과전담교사가 들어오기 때문에 수업을 안 하는 시간이 생깁니다. 그때 업무를 챙기기도 하고 수업 준비도 하면서 목도 쉴 수 있습니다. 현재 1학년은 주당 수업 시수 23시간이지만 점심시간도 눈을 뗄 수 없기에 점심도 덜먹고 학생들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휴대폰 메시지가 와도 볼 수 없으며 교사용 컴퓨터 교내 메신저가 쌓여도 전혀 반응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을 눈 안에 넣고 있어야 하므로 화장실도 갈 수 없으며 좋아하는 커피도 한 모금 마실 수 없습니다. 


학급 안에서 선생님 말도 잘 따라주고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도 다녀오며 본인의 물건도 잘 정리하는 학생에게도 눈길을 주고 싶습니다. 이들 덕분에 제가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챙길 수 있으니까요. 신학기 5일 일했지만 지금까지 만난 학생들보다는 손길이 더 가는 학생 서너 명이 우리 반이 되었습니다. 교과 수업에 참여 시키기 이전에 교실이 친숙해지도록 하는 게 우선이겠다 싶을 정도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5일 일했는데 남은 185일은 어떻게 일하나 하는 걱정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나 우리는 잘 압니다. 걱정하고 있지만 1년 잘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요. 작년에는 1학년은 아니었지만 저랑 함께 한 학생이 카톡을 주더군요. 지나고 보니 선생님과 함께 한 읽고 쓰는 시간이 좋았다고요. 우리도 1학년을 2학년에 올려 보내면서 뿌듯한 결과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걱정하고 있지만 선생님은 분명 베테랑 교사로 학생을 교육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1학년 담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첫째, 학생 모두가 우리 반에 들어온 점을 다행으로 여기고자 합니다. 다른 담임선생님도 훌륭하십니다. 제가 자료를 얻어서 사용하기도 하지요. 저 스스로 용기를 내고자 자뻑하는 자세를 취합니다. 글 쓰는 선생님 만난 건 아이들에겐 행운이라고요. 손길이 많이 가는 학생이 다른 반에 간 것보다 우리 반에 온 점도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다른 선생님들보다는 제가 집도 가깝고 아이들도 일찍 키웠으니 마음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둘째, 공부의 기회로 생각합니다. 5학년을 연속으로 맡았을 때는 특별히 교재 연구를 하지 않아도 하루가 순탄했습니다. 늘 하던 독서와 글쓰기 기본으로 깔고 수업을 운영했거든요. 학생들도 잘 따라왔으니 학생 간의 갈등 위주로 상담하고 도와주었습니다. 1학년은 다릅니다. 교재 연구하면서 나만의 교과 수업 계획을 한글 파일에 메모해야겠다고 결심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 4,5시간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매일이 연구입니다.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에서 인쇄를 하러 연구실에 갈 겨를도 없겠지요. 머릿속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공부해야 합니다. 이왕이면 대학원 논문까지 연결해 보려는 마음으로 공부하고자 합니다.


셋째,  매일 기록하여 1학년 담임 글감을 모으고자 합니다. 키워드는 '변화'입니다. 1학년 담임이 된 후 주변에 보이는 책이 온통 1학년 학급살이 책입니다. 분명 저에게도 1학년 학급 운영이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고학년만 하던 21년 차 교사의 1학년 학급살이'는 상황이 비슷한 교사들에게 공감과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초등 교사 업무는 매번 신규교사 같습니다. 왜냐하면 만나는 학생이 매번 다르니까요.  업무도 하면서 커리어도 키워 나가는 교사이자 라이팅 코치로 살아갑니다.


저처럼 9년 만에 1학년 담임으로 출발하신 선생님! 응원합니다. 선생님은 잘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377669522


매거진의 이전글 첫날을 보내며, 함께 적응하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