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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n 30. 2024

아빠 치매 때문에 걱정입니다


집집마다 걱정거리가 많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개인마다 문제의 강도를 비교하기 어렵지요. 자신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집에 신경 쓸 일이 생기면 우울해지는 경우 많습니다. 저도 마흔 넘게 살면서 자주 겪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저와 동생은 부모님 다툼 때문에 걱정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주된 문제는 돈이었고요, 문제보다는 감정 때문에 소리가 커지고 전화기, 유리창 등이 부서지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어린 저는 학교생활과 공부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화가 난 아빠의 기분을 풀어드리고자 애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세 자매를 낳고 키울 때도 아빠의 암 수술 등 걱정할 일 자주 있었습니다. 학교에 연가를 내고 수술실 앞을 지키기도 했고요, 없는 돈 대출해서 병원비로 보내는 일도 생겼습니다. 가족에게 걱정할 일 생기면 최선을 다해 인생 살고 있는데 결과는 이게 뭔가 하고 자주 한탄했습니다. 아빠의 불같은 성격이 건강에도 영향을 주었나 하는 마음도 들었고요. 옆에 있는 엄마도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1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아빠가 보건소에 가서 치매 확인을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보건소 확인 후 병원에도 가야 하니 진료비를 보내드렸고요. 외손녀들 이름이 헷갈리는 거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아버지가 제게 "네 아버지 정신이 많이 없다"라고 말해준 이후로 신경이 더 쓰이긴 했습니다.


올 초에 설날에 친정에서 5일 시간 보냈습니다. 했던 말씀 자주 하는 건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었고요. 영웅 일화처럼 아빠의 삶을 상세히 듣고 또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유도도 잘하시니 운수업 때 깡패 처리? 한 일도 들었습니다. 태어나 꼬물거리는 강아지를 챙기면서도 작은 엄마가 물어보면 강아지 안 태어났다고 하기도 했고요. 당장 김해 가지도 않는데 오후에 집에 갈 때 운전 조심하라면서 제 차를 닦아두기도 했지요.


후두암 흔적으로 목에 구멍이 있습니다. 목에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은 채 말을 하던 습관이 벌써 10년입니다. 그걸 잊었습니다. 담배는 설날 때부터 잊은 것 같아요.


목구멍 때문에 요양병원에 머물고 있는 아빠를 만나고 오면서 저는 우울한 마음은 없었고 다행이단 생각을 했습니다. 한 달 전 영대병원에 다녀올 땐 생기가 전혀 없어 보여서 큰일 나는 줄 알았거든요. 어젠 웃기도 하고 엄마에게 성질도 냅니다. 표정과 손짓으로요.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아빠에게 말했지요.


"성질나면 성질내세요. 그래야 아빠가 건강한 거지."


병원 다녀오는 길에 큰딸이 등록한지 한 달 된 체대 입시학원에 들렀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시간 계산해 보니 큰딸 희수가 훈련 마칠 시간이었습니다. 카카오택시를 불러줄 예정이었으나 동김해 IC로 간다면 택시 대신 함께 이동이 가능하였습니다.


체대 입시 학원. 회비만 보냈지 건물을 직접 본 건 처음입니다. 희수 아빠가 학원 상담을 갔었기에 저에겐 학원에서 연락 오는 건 없거든요. 학원 입구에는 훈련 마친 학생들의 땀 냄새가 납니다. 습한 비도 한몫했고요. 학생인지 선생님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인사를 합니다. 그러고는 희수를 불러줍니다. 검은 단체복을 입은 희수는 의젓해 보입니다. 


문예 창작과를 가겠다고 해서 과외도 받았고 어린이재단 글쓰기 대회에서 교육부 장관 상도 탔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딸의 말에 허락했습니다. 어쩌면 재수를 해야 할 수도 있겠지요. 고3 여름에 결정했으니까요. 큰딸의 진로 변경은 그동안 지원해 준 일이 허투루 돌아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해결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 병과 큰딸 입시 두 가지를 나열해 보았는데요. 제가 감정보다는 해결(행동)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첫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자주 아픈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긴 일에 대해서 걱정하면서 제 삶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저도 병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부모님이 아프신 건 속상한 일이지만 부모님이 감당하실 몫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대신 제가 아파서 부모님을 걱정 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도 가졌습니다.


둘째,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일상을 놓치면 안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저에게도 책임질 일이 많거든요. 의무를 소홀히 하면 일이 밀립니다. 그러면 부모님을 더 자주 찾아뵈어야 할 일이 생길 때 시간 부담이 생기겠지요. 저는 일을 하면서 멘탈 관리도 합니다. 바쁘게 살아냅니다. 가능한 토요일에는 아빠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


큰딸은 진로 결정이 되었으니 오히려 잘 되었지요. 저랑 공부 때문에 의논할 일은 없습니다. 저는 학원비만 잘 보내면 됩니다. 희수도 글 쓰다가 운동하니 언젠가 운동과 관련된 문학작품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셋째, 글을 쓰면 감정에 치우치기보다는 행동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자이언트 평생회원이 된 이후 책을 썼습니다. 처음엔 책만 쓰는 작가였습니다. 공저를 11권 진행하면서 공저 속에 제 삶 이야기를 쓰는 재미, 후련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저 덕분에 저는 제 삶을 드러내는 일에 자유로워졌고요. 이미 책에 썼으니 블로그에 끄적이는 건 걱정되지 않았습니다.


글 쓰는 작가가 된 덕분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건 글감이구나, 강의에 써먹을 재료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에 일이 생겼을 때 우울해지는 분 많을 겁니다. 어쩌면 저보다 더 큰 고통에 있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제가 뭐라고 위로할 방법은 없습니다. 경우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삶의 무게가 있으니 제가 이래라저래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다만 저는 제가 힘들 때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글을 쓰면 마음이 안정되는 점 경험했습니다. 살아내는 일이 버거울 때 글쓰기를 만났습니다. 예전엔 인생을 건조기 구입 전과 후로 나누었는데 이젠 자이언트 북 컨설팅 입과 전과 후로 나눕니다. 일상을 쓰는 작가가 많아지길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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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개강


"평생 무료 재수강"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495375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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