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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Sep 23. 2021

할 말은 합니다만 뒤끝은 없습니다.

이사 날짜 때문에, 화내지 않는 남편 때문에

이사합니다. 10월 16일. 한 달 전 이사업체에 남편이 전화를 했고 10월 16일로 날짜를 정했다.
"너무 일찍 전화하셨네요. 10월 16일로 알고 있겠습니다."
"견적은 추석 지나고 짐 보고 말씀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10월 16일입니다. 저희가 찜했습니다."

추석이 지난 오늘 오후 남편이 이사업체에 전화를 하기로 했다.

"여보 10월 16일 다른 집에 미리 예약이 되었데?"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전화하니까 예약이 되어 있다며 17일 어떠냐고 물어보네."

"당신은 뭐라고 말했어? 내가 업체에 전화할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

9월 1일에 이사한 친구에게 소개해줄 만큼 일을 잘하는 업체다. 2019년에 우리가 이사할 때 한 번 이용한 업체였다.

"사장님 몇 동 몇 호인 데요. 방금 남편하고 통화하셨죠? 10월 16일 안되다고요?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미리 전화드렸잖아요."

"사무실에서 접수받아버린 게 있어서 중복되었습니다. 10월 17일은 비어있습니다."

"아니, 우리가 미리 전화했고 저희한테 오히려 왜 이렇게 일찍 전화했냐고 하셨잖아요. 친구도 미리 전화했을 때 너무 빨리 전화했다고 하셔 놓고는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사무실에서 먼저 계약금을 받아 려서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저희한테 전화하셨어야죠? "

업체에서는 자꾸 다른 날을 말했다. 보통 이사를 할 때 기존 집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고 우리가 이사 나가는 날짜도 맞아져야 하므로 날짜가 틀어지면 곤란하다. 다행히 우리는 이사 날짜에 융통성이 있다. 전세 계약이 만료되기 전에 이사를 나가게 되어 새 주인을 찾는 중이라...

"리모델링하신다 해서 리모델링 날짜가 딜레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이사업체 알아봐 드릴까요?"

"저희가 이사업체 못 알아봐서 그렇겠어요? 사장님한테 하고 싶어서 그런 거죠. 그리고 리모델링 딜레이 같은 상황까지 고려해서 날 잡은 거예요. 10월 7일 리모델링 끝인데 여유 둔 거거든요. 마음 같아선 10월 9일 이사하고 싶었거든요. 예약금을 미리 안 걸어서 그런 거예요? 당황스럽습니다."

잠시 후 리모델링 업체랑 리모델링 완료 날짜 재확인 후 이사 날짜를 변경했다.
"10월 10일로 이사날짜 변경할게요. 내일 바로 견적 보시죠."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휴...


"사장님^^ 내일 오후 5시 30분 정도 오실 수 있으실까요? 몇 동 몇 호입니다. 내일 봬요."

내일 견적 보는 시간은 문자로 보냈다. 웃는 표시와 함께.

어쩌겠는가. 원하는 업체인데. 내 감정은 이미 말했으니 더 이상 흥분하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대면하련다.

이사 날짜 바뀌니 세 자매 스케줄도 나름 문제가 생겼다. 친구 만나서 놀기로 날짜인데... 10일과 16일 두 번 다 놀아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나만큼 당황스러워하진 않았다. 다행이다.

이글 쓰다가 생각해보니... 아마도 업체보다 화내지 않은 남편한테 열 받았을 수도...


이사합니다.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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