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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an 05. 2022

셋째 많이 키웠다.

지난주 금요일 동생 부부가 다녀갔다. 동생은 교대 근무를 하고 있어서 시간 내기 쉽지 않다. 집들이 겸 모처럼 모였다. 조카가 태어난 지 거의 1년이다. 전날 아가방에 가서 조카 옷을 샀다. 아가방 주인이 오랜만에 왔다며 내게 인사를 건넨다. 남아 옷 고르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남아 옷도 다양하게 나왔다.

내가 어릴 적 고모가 없었기에 고모란 호칭이 어색하다. 백일에 '고모가 안아보자.'라고 말한 것이 처음이었다. 조카 예준이가 낯선지 울기 시작한다. 자연드림에서 아침에 사 온 아기 과자 덕분에 고모 점수 좀 땄다. 예준이가 주변이 편안해졌는지 걷기도 하고 기기도 한다. 희윤이 폴리 장난감도 만지기 시작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동생 타령을 하던 희윤이는 예준이를 보자 경계한다. 자기 장난감을 높은 곳으로 올리거나 서랍에 담는다. 장난감 정리에 서툰 아이가 순발력을 발휘한다.

노산에 임신성 당뇨에 조심조심 출산했다. 그래서인지 유치원에서 보면 희윤이는 또래보다 키가 작다. 곧 돌이 되는 예준이랑 나란히 있으니 희윤이는 큰 누나다. 내가 희윤이를 많이 키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2016년 희윤이를 출산하면서 언제 키우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를 위한 시간은 더 이상 가지기 어렵겠구나 싶었다. 아기는 예쁘지만 육아의 기간이 길어 자기 계발은커녕 커피 한잔의 여유도 없겠다 싶었다. 몇 안 되는 친구들도 더 이상 약속 잡아 만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희윤이를 낳고 키우면서 인간관계 정리가 된 듯하다. 욕심부리던 업무도,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자기 계발 부분도, 플루트도,



아이 셋을 키우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처럼 블로그에 흔적을 남기고 몇 자라도 책을 보는 것이었다. 희윤이를 키운 시간만큼 나를 돌아보았다고 할까. 정리할 건 정리하고 독서와 글쓰기만 이어가려고 한다. 7살 희윤이로 인해 나의 삶은 단순해졌다. 오늘은 빨리 데리러 오라는 녀석의 부탁이 있었다. 유치원으로 달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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