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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l 16. 2022

일곱 살, 데리고 다니기 딱 좋은 나이

나는 막내와 함께 토요일을 즐긴다.

김해 가야랜드에 갔다. 한 달 전부터 계획한 교회 물놀이가 취소되었다. 코로나 확진자 수도 증가하고 장염으로 고생하는 유아들이 있어서 갑자기 취소하게 되었다고 했다. 토요일 교회 물놀이를 기대하던 희윤이가 속상해한다. 희윤이에게 놀이동산에 가자고 했더니 실망한 표정은 사라지고 방방 뛰기 시작한다.

"희윤아 언니 치과 다녀온 후, 희윤이는 태권도 호랑이반에 다녀온 후 오후에 가자."

아침부터 놀이동산에 가서 종일 데리고 놀 체력이 못된다. 희윤이와 오후에 가기로 약속한 후 네이버로 자유이용권 1장, 입장권 1장, 빅 5 이용권 1장을 애매했다.

"빅 5 대신 입장권 2장 하지?"

지난주 남은 이용권 4장도 있어서 입장권과 빅 5 중에 고민했지만 또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예매를 마쳤다.

둘째 치과 다녀온 후 식사를 바로 한다면 2시쯤 출발할 수 있었다. 싱크대 막힌 배수구 정리하느라 남편의 점심이 늦어졌다. 3시가 다 되어 집에서 출발했다.

출발하자마자 희윤이는 물었다. "다와가? 언제 다와가?"

"조금 더 가야 돼."

장유 IC에서 동김해 IC로 빠져나온다. 희윤이가 또 묻는다.

"100까지 세면 도착해."

"98, 99, 100 엄마 다와가? 어 보인다. 보여."

"저기 놀이기구 보이지? 다 왔어."


마감 시간 6시. 3시간도 채 놀지 못할 텐데 괜히 자유이용권을 샀나 싶어 돈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지난주에도 왔던 곳이라 희윤이는 자기 집 마당처럼 돌아다녔다. 나는 마음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희윤이가 놀이기구 몇 개를 타면 본전 치기 하는 거지?"

22,000원이 아깝지 않으려면 최소한 7가지는 타야 될 것 같다. 희윤이는 먼저 배를 타러 뛰어갔다. 손잡이를 놀려 노 젓는 배인데 더운지도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지난주 회전목마는 타지 않았으나 오늘은 혼자 회전목마를 독차지한다. 부메랑 카는 위험해 보이던데 혼자 뛰어가서 타버렸다. 희윤이가 타는 모습을 보니 마치 바이킹과 회전 목마가 합쳐진 것 같았다. 바로 옆 미니 바이킹도 타고 썰매장도 알아서 찾아간다. 지난주에는 빅 5에 썰매장과 키즈카페는 별도로 티켓을 구매해야 해서 자유이용권 이상의 돈이 필요했다. 오늘은 당당하게 썰매장에 가서 썰매부터 챙긴다. 세 번 타더니 끝, 다음 코스는 키즈 카페다. 키즈카페로 향하는 희윤이를 보니 안심이 된다. 더운 날 희윤이 아빠에게 카페모카 아이스를 주문해주고 희윤이는 어린이 음료수를 사주었다. 키즈카페에서 1시간 30분 머무는 동안 남편과 나는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아동문학 교재 한자를 찾기 시작했고 남편은 스마트폰을 보며 쉬었다. 음료가 필요하거나 화장실 가야 할 때에는 신발 신고 엄마 아빠 옆으로 걸어왔다. 일곱 살 데리고 놀러 다니기 수월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가까운 곳이라도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구나.' 조금 더 시간 흐르면 친구들과 노느라 같이 다니지 않을 것 같다. 고1 첫째와 초6 둘째는 함께하지 않는다. 희윤 조리원 친구는 이런 희윤이에게 '외동 희윤이'라고 불렀다.

5시 30분이 지났다. 희윤이에게 나오라고 했다. 희윤이는 키즈카페에 더 놀고 싶다고 했다.


카페 직원은 희윤이가 손잡고 가자고 하면 함께 갔고 업어달라고 하면 업어주기도 했다. 카페 직원이 한마디 건넨다. "제일 신나게 놀았어요."

"6시에 놀이동산 마쳐. 지난주에 탔던 자동차 타러 가자."

키즈카페를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키즈카페 때문이라도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동차를 타러 내리막길을 걸어갔다. 자동차를 타라고 했더니 미니 관람차를 탔다. 과일 모양의 의자에 앉아 위로 두 바퀴 천천히 돌았다. 미니 관람차를 작동시켰던 직원이 자동차 범퍼카 시동을 걸어준다. 이곳에서 아빠도 함께 범퍼카를 탄다. 빅 5 이용권 지난주에 남은 티켓 한 장을 사용했다. 오늘 구입한 빅 5 다섯 장은 새것 그대로 남아 있다. 버튼을 누르면 출발하는 보트는 벌써 일정 마감을 했나 보다. "미안합니다. 충전해야 해서 지금은 못 탑니다."

6시 10분 전이다. 내가 생각해도 한 타임 타기엔 모자란 시간이다.

"희윤아 자동차 한번 더 타고 집에 가자."

자유이용권 팔찌 덕분에 마감하려는 직원이 바로 범퍼카 입구 문을 열어준다.


6시다. 입구에 자동차 위에 앉아 사진을 찍는다. 앞서서 앉아 사진 찍은 가족이 있다 보니 희윤이도 앉아서 찍고 싶었나 보다. 사진 찍었고 주차장으로 간다. 반복 포함 10번은 넘었으니 자유이용권 본전 뽑았다.


69개월 7세 희윤이. 막내. 3개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던 녀석이 벌써 일곱 살이다. 남편과 나는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더더욱 집콕했다. 집에서 보내는 날이 편했다. 막내와 마을을 산책하기 시작하면서 막내는 활동적이고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좋아한다. 그동안 일도 바쁘고 코로나로 염려도 되어 나는 집에서 머물렀고 남편이 희윤이와 산책을 나가곤 했다. 최근 걷기 운동 겸 희윤이와 인근 공원에 산책 가자 했더니 "엄마 고마워"라고 말했다. 마음이 찡했다. 대단한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산책인데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을 희윤이가 기다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윤이와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에 나들이를 한다. 조금 더 크면 엄마 아빠를 따라다니지 않을 터. 매주 짧은 시간을 할애해서라도 희윤이와 바깥 활동을 해보려고 한다. 아이를 위한 시간이 곧 나를 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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