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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Aug 16. 2022

스물하나. 부러워했던 운전. 마흔셋. 시작했다.

아이를 위해 배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운전하세요.


2022년 1월. 희진이가 합창할 때 없냐고 물었다. 공문 본 게 생각났다. 모집 기간이었다. 시립합창을 지원했고 합격했다. 문제는 어떻게 희진이를 왕복 1시간 거리의 연습 장소로 데려다줄 것인가였다.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작년까지 6시 30분까지 보육해 주던 희윤이 사립 유치원을 재원 하지 않은 것이다. 병설 추가 입학을 확정한 후 합창 이야기가 나왔으니 희윤이를 돌볼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내가 희윤이까지 데리고 1시간 왕복을 하기엔 서로 무리였다. 또 하나의 문제도 있었다. 계절제 대학원 합격을 해둔 상태. 내가 없는 기간 동안 합창은 어떻게 할 것인지.

코로나 이전에도 시립합창 공문을 보면서 희진이를 참가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때도 운전 문제로 포기했다. 이번에는 희진이가 하고 싶다고 했다.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계절제 여름 이야기는 뒤로하고 당장 데려다주는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2월 중순 김해 시내 치과에 다녀오는 길, 자동차 학원 앞에서 내렸다. 도로주행 연수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연수비는 10시간 50만 원이었다. 주중에 시간이 되지 않아 토요일 날짜를 알아보았다. 3월엔 자리가 없었다. 4월 5주간 예약을 해두었다. 당장 3월 첫 주부터 매주 화, 금 6시까지 데려다줘야 하는데. 택시가 있다. 비용은 만만치 않겠지만 희진이와 택시를 타고 두 달 동안 데려다주었다. 혼자 타는 게 익숙지 않을 것 같았다. 같이 갔다가 희진이는 연습장소에 내려주고 나는 택시를 타고 되돌아왔다. 매번 2만 원 나왔다. 저녁 마치는 시간엔 남편이 데리러 갔다.

5월 3일. 희진이를 태우고 처음 김해 시내로 향했다. 운전석 의자를 당겨서 고정하였다. 백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내 위치에 맞게 각도 조정을 했다. 이틀 전 일요일에 남편과 사전 연습을 한 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차로 변경도 가르쳐 준대로만 했다. 출발 후 김해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행정복지센터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한다. 그 후 2차로로 변경하여 계속 직진이다. 문화의 전당 가까이 가서 세 번 우회전하면 도착이다. 되돌아올 때에는 3차로만 탔다.

"같은 길 20번만 가라. 그러면 익숙해진다."


스물하나. 교회 차량을 운전하는 선이가 부러웠다. 친구들 운전면허 딸 때 함께 하지 못했다. 7명이 함께 했던 대학생활에서 생활비를 제때 내지 못했었다. 운전학원은 발령받으면 등록하기로 미뤘었다. 남편과 결혼한 후 운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가자' 하면 같이 가주었다. 제주도에 갈 때에도 완도까지 차를 운전해서 갔었다. 학교 이동을 하지 못해 집에서 학교까지 버스로 1시간 걸리는 학교에 출근할 때에도 지각할 상황이면 6개월 희수를 카시트에 태운 후 출근을 시켜주기도 하였다.


2013년 12월 연구부장 자리를 수락했다. 교감선생님은 겨울방학 동안 미리 면허를 따라고 했다. 업무를 잘하려면 필요하다 싶었다. 또한 집에 차가 있음에도 가끔 아이들이 입원할 때면 택시나 버스로 병원과 집을 왔다 갔다 해야했기에 불편했었다. 운전을 잘못해서 사고 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학원에 등록했다. 도로주행 실격 한 번 된 것 빼고는 추가된 학원비 없이 두 달 만에 면허증을 받았다. 연구부장 시절에 출장은 교감선생님 차를 타고 다녔고 옆 학교 연구부장 차를 타고 다녔다. 학원에서의 시험용 운전이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멀리 있는 학교에 발령받으면 운전해야 하는데 하는 염려도 잠시뿐이었다. 그리고 늘 가깝게 학교 이동을 할 수 있었다.

도로주행 연수 받을 때 강사가 나에게 말했다.

"아이를 위해 배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운전하세요."

그저 희진이 합창에 데려다주기 위해 시작한 운전이었는데 책 들고 출장할 때에도 내 차를 가져갔고 강의 들으러 갈 때에도 내 차로 마창대교를 건너갔었다.

대학원 학생증 발급 때문에 급히 등 김해에 나간 적 있다. 길을 몰라서 로드뷰를 통해 대로 등을 확인했다. 자그마한 회전 로터리도 로드뷰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로터리 지나 좌회전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도 잘 본다. 사실은 잘 듣는다. 조금씩 이동 영역이 넓어지나 보다.


어제 마산 해수욕장에 나들이 갈 때 내가 운전하고 싶었다. 남편이 허락지 않을 것 같아 뒤에 앉았다. 마창대교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창원으로 빠져 보라고 했다. 다음에 창원에 가게 되면 주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황 좀 보기 위해서였다.

"경차라고 되어 있네. 여기 이렇게, 저렇게 해서 세워."

한 손으로 핸들을 돌리면서 설명을 해주지만 잘 할 수 있을지. 유료 주차 공간도 있었다. 장소 확인하고 집에 가면서 김해 기적 도서관도 가보자고 했다. 도서관은 열 대 정도 세우려나. 차를 가져가면 더 애먹겠다 싶었다. 어쨌든 나의 이동 장소가 될지도 모르는 공간 주차장을 보고 온 것만으로도 다음에 운전해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합창 데려다주고 돌아왔을 때 주차를 할 줄 몰라 애먹었다. 차 문을 열고 나왔는데 앞바퀴가 바르게 되어 있지 않았다. 다시 차 키를 꽂은 후 핸들을 바로 해두었다. 서툰 모습은 괜찮다.

스물하나. 부러워했던 운전. 마흔셋.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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