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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Aug 18. 2022

고민만 많았다.

고민 대신 GO!

고민만 많았다. 7월 초, 가족극 공연과 작가와의 만남 100인 선착순 모집이 시작되자마자 공공예약 포털에서 희진이와 나, 참가 신청을 했다. 하루 전 날 희진이의 아이핀을 미리 만들어주었다. 선착순 모집은 몇 분 만에 끝났다. 확정 문자를 받자마자 고민이 시작되었다. 기적의 도서관에 한 번도 운전해서 가본 적이 없다. 주자도 해본 적 없다. 희진이를 데리고 택시를 탈까? 아니면 버스를 탈까?

일요일 기적의 도서관까지 가서 주차장 확인도 했다. 일요일엔 운전해서 가보기로 했으나 오늘 아침엔 남편에게 2시간 일찍 데려다주고 일하러 가라고 말했다. 남편은 1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나는 쌍방향 수업을 12시까지 진행했다. 남편이 갔다 오려면 12시 2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 시간이 맞지 않았다. 남편은 모르겠다며 차를 두고 일하러 갔다. 행사는 3시인데 희진이랑 1시 넘어 차에 올랐다. 주행보다도 주차가 더 걱정이었다. 100명 모이는데. 비도 쏟아진다. 희진이가 뒷자리에 앉아서 말을 한다.

"엄마 집중해야 돼!"

내비게이션 소리 위주로 들었다. 내가 운전해서 가보지 못한 길로 안내했다. 구시내를 지나자 율하 중심상가가 보인다. 기적의 도서관이 보인다. 주차장 안에 조심스레 들어가 본다. 만차다. 후진해야 한다. 후진 기어가 뭐였지? 일단 비상 깜빡이부터 켜고 후진을 시도한다. 자동차 뒤 와이퍼가 움직이는 것 처음 봤다. 장애인 주자 공간 쪽으로 후진한 후 다시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옆에 교통공원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니 두 칸 정도 자리가 남았다. 아파트에서 주차할 때 한 칸 만 남아있는 곳에서는 후진 주차를 잘 하지 못했다. 이번에 왔다 갔다 많이 해서 주차 칸 안에 넣었다. 비스듬했다. 옆 차 안 긁은 게 다행이라 여겼다.


대학원에 계절제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 고민만 많았다. 세 아이들은 어떻게 챙길 것이며 나는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기숙사는 어떻게 지낼 것인지. 공용 화장실과 샤워시설은 잘 쓸 수 있을지. 기숙사엔 무엇을 챙겨갈 것인지. 식당을 하지 않는다는데 뭘 먹을 것인지. 강의 계획서에 제시된 과제는 꼭 해야 하는 것인지. 매일매일 해야 할 공부량이 있을 텐데 잘 버틸 수 있을지. 아는 선배가 있으면 좋겠다는 등. 왜 입학시험은 쳤을까? 입학했다는 말은 굳이...

계절제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안내가 없나 싶었다.  2월에 지도 교수님이 만든 단독방에 인기척을 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개강은 7월 25일이다. 기숙사는 언제 신청할까 궁금하여 자주 대학원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6월 초에 올려둔 대학원 생활 안내 PDF 문서가 있었다. 찬찬히 읽어보다가 "학생증 발급"에 대한 공지를 보았다. "학생증 없이는 건물 내 출입 불가" 발급 신청을 한 후 15일이 지나야 학생증을 받을 수 있다는데 당장 신청해도 개강까지 받지 못할 것 같았다. 조퇴를 한 후 대구은행을 찾아갔다. 계좌를 만들고 체크카드 겸용 학생증을 신청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행정실에서 수령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막상 대학원 수업을 들으러 가서 학생증으로 건물을 열어본 적은 없었다. 낮엔 늘 열려 있었다. 기숙사는 지문 인식 출입이었다. 기껏해야 토요일 도서관 공부 공간 출입을 위한 용도 정도였다. 학생증 기능 보다 체크카드로 더 많이 사용했다.


대학원도 마무리했는데도 남은 방학기간에 왜 마음이 편치 않지? 한 가지 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예산 확보와 관련된 문제였다. 강연을 열기 위해서 없는 예산을 가져와야 한다. 3월에 한 번, 7월에 한 번 의논했었다. 7월에 예산 반영할 수 있다고 했다가 9월에 반영해야 될 것이라고 얘길 들었다.

"근데 선생님! 왜 초청 강연을 하려고 하세요? 할 계획이었으면 작년 12월부터 예산을 잡았어야죠."

나는 3월에 업무를 받았고 강연도 열고 싶고.

"그러게요. 진작 예산 잡았어야 하는데. 강연회 하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하면서도 기운은 빠졌다. 2학기 시작과 함께 돈 문제, 일정 문제 등으로 강연 기획 밀어붙여야 하는데 고민만 많다.


오늘 작은 운전의 경험과 대학원 계절제 종강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2학기 업무 또한 해결이 되리라고 본다. 적다 보니 고민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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