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란현 작가 Aug 18. 2022

글로 정성을 기억한다.

학원 선생님의 '정성'

'고희윤 학생이 16:01에 교문[후문]으로 하교하였습니다.'

유치원아이알리미 앱을 통해 희윤이의 하교 알람을 받고 있다. 여름방학 유치원 방과 후 과정에 참여하는 희윤이는 하원 시간을 앞당겼다. 학원 선생님이 4시에 수고해 주시기로 했다.

학원 선생님이 유치원 입학식 날부터 희윤이를 챙겨서 하원해주었다. 나는 그 시간 덕분에 교실에서 남아 쌍방향 수업을 운영하기도 했고, 화요일과 금요일은 희진이를 합창단에 데려다주기도 하였다. 순서를 따져보면 희진이 합창단 합격 때문에 희윤이가 태권도 학원에 등록했다. 희윤이는 태권도 배우러 가는 시간을 좋아하고 특히, 놀이체육 시간을 기다린다. 태권도 학원에서 6시에 학원차로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 차에서 내려 "태권! 관장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진작 보낼 걸 하는 마음마저 든다.

문제가 생겼다. 태권도 관장님과 선생님이 아프셨다. 일주일 휴원하게 되었다. 희윤이의 하원은 오후에 수학 공부방을 하고 있는 남편의 몫이 되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남편은 희윤이를 공부방으로 데려가서 머물게 했다. 수요일 밤에 집에 돌아온 나는 목요일과 금요일 희윤이 하원을 챙겼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다시 태권도 학원에서 희윤이를 유치원에서 데려간다.

"엄마, 내가 4시에 학원 가서 오빠들 태권도 하는 거 보는 것도 재밌지만, 유치원에 더 있다가 4시 40분에 태권도 가고 싶어."

 4시에 데려갈 것인지 4시 40분에 데려갈 것인지에 대해 의논을 하기 위해 학원 선생님과 통화했다. 

"선생님 매일 희윤이 하원으로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면 학원비도 내는데 하원 서비스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일주일간의 공백을 겪어 보니 학원에서 아이를 챙겨주는 일은 '정성'이었다. 고마운 마음 담아 커피를 대접할 수도 있다. 지금은 일단 글로 '정성'을 기억해야겠다. 글쓰기! 내가 할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민만 많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