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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Aug 21. 2022

나는 작가다.

요즘 '오늘'에 대해 어떻게 써볼까 궁리한다.

9시 1분, 김천구미역에서 고등학교 친구 경이가 기차에 올랐다. 7년 만에 만난 경이와 아이들 이야기, 학교 근무 이야기를 나눴다. 30분쯤 속닥거렸나 보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같은 라인에 앉아 있는 아저씨가 지나가는 승무원을 불러 세웠다.

"방송 좀 하세요. 객실 내 조용히 하라고!"

그는 큰 목소리로 명령하듯이 말했다. 나와 경이는 입을 다물었다. 서울 도착하려면 1시간이나 남았다. 각자 폰으로 영상을 보기도 했고 서울에서 기다리는 친구 송이와 카톡을 주고받기도 했다.

'우리 수다 떨다 옆 아저씨가 싫어해서 침묵 중.'


고요했던 객실에서 갑자기 성경 구연동화가 크게 울렸다. 효과음까지 실감 났다. 옆 아저씨가 폰에서 나오는 소리를 끄려고 시도했지만 1분 정도 소리는 이어졌다. 서울역 도착 안내가 나오자마자 옆 아저씨 일행은 일어나 내릴 준비를 했다.


코로나 이후 탄 기차는 고요했지만 앞자리 두 명도 오랜만에 만난 듯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내 앞자리 사람도 부산역에서 탔다. 울산역에서 탄 사람을 반기는 앞사람의 목소리는 경쾌했다. 나쁘지 않았다.


2년 전, 나였다면 나와 옆 아저씨를 비교하며 내 행동을 합리화했을 것 같다. 나는 너그러웠고 승무원을 부른 옆 아저씨는 너그럽지 못했다면서. 2년 전, 나였다면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 모르는 사람과 언성을 높이지는 못하겠지만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옆 아저씨 행동에 대하여 친구와 불평 섞인 수다를 떨었을 것 같다.


1시간 침묵 후 서울역에서 내리자마자 서울 친구 송이도 만났다. 2013년 대구, 2008년 거제, 고3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기차에서 일어난 일, 글감이다. 글 한 편을 써보리라 어제오늘 기차 관련 이것저것 메모했다. 네이버 메모 앱을 자주 누르는 나를 다시 발견한다. 초고, 일상, 독후감, 메모 등 끼적이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


"란현아, 내가 기억한 너는 국어, 글 쓰는 거 싫어했어. 논술 없는 대학 고른다고 그랬는데. 책 썼다고 해서 놀랐잖아."

"내가 60 되어서 책 써볼 생각이었는데 내 친구는 벌써 책 썼다고 내 옆자리 선생님한테 말했더니, 아이가 없겠죠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애가 셋이라 했다."


내가 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가'라고 소개하는 것이 어색했다. 요즘 '오늘'에 대해 어떻게 써볼까 궁리한다. 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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