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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Aug 25. 2022

책이 학생들의 주치의가 되도록

신뢰가 있는 조언

2010년 결절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7년 간 잊고 살았다. 2017년 다시 인근 종합병원에 검사하러 갔다. 무슨 말을 들을지 긴장되었다.

"결절이 4개입니다. 오른쪽 결절 모양이 좋지 않습니다.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1년마다 반드시 초음파 검사하세요."

8월이 되면 종합병원에 간다. 초음파 할 때마다 개수가 늘어난다. 오른쪽 모양은 그대로라고. 오른쪽 때문에 반드시 1년에 한 번 검사받아야 된다고 의사는 당부했다.

작년에는 2개나 늘어났다. 왜 자꾸 늘어나는지, 좋은 건 아니라고 하면서 위험도를 따지면 1~5중에 3이라고 했다. 오늘 다시 확인을 한다. 초음파 확인을 해주는 의사가 한숨을 쉬었다. 나한테 문제 있나 긴장이 되었다.

내과 주치의는

"똑같아요. 작년이랑. 매년 확인받으세요."

"오른쪽도 괜찮나요?"

"괜찮아요. 그대로입니다."

검사 결과에 의한 대답이기 때문에 주치의 대답에 신뢰가 간다.


나는 어느 정도 학생들에게 힘이 있는 말, 신뢰가 있는 말을 하고 있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정에 매여 대화하는 경향이 있다. 초등학생이니까, 어리니까 용기를 주고 힘을 내도록 감싸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위로만 할 수는 없다.


학생들이 신뢰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위로와 조언이 있어야 한다. 근거자료가 필요하다. 나는 학생들의 말과 행동을 비공개로 기록한다. 그러나 나의 기록도 주관적일 수 있다. 학생들이 잘한 점과 노력할 점 둘 다 채워야 할 텐데 잘한 점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메모를 빠뜨린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된다.


그러면 진정 객관적인 근거자료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책'이다. 책은 학생들 자기 자신을 거울처럼 비춰볼 수 있다. 책 내용을 통해 학생들이 셀프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예를 들면, 내가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으면서 잎싹의 모습이 내 모습처럼 느껴졌을 때 나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처럼 학생들에게도 이렇게 책과 삶의 연결이 필요하다.


나는 그동안 책 내용에 대한 '재미'에 집중하여 학생들에게 독서지도를 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친근함이 우선되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과 수업에 그림책을 도구 삼아 사용하면 괜히 불편해했다. 주제별 책 고르는 것 대신 책을 먼저 많이 접하면 자연스럽게 주제별 접근도 응용될 것이라는 점은 여전히 나에게 유효한 생각이다.


책 활용에 대한 또 다른 접근에 대해 존중할 필요가 있다. 주치의 같은 신뢰를 줄 수 있는 근거자료로서 책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다면 변화할 수 있다면, 책이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모든 책을 다 읽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응용할 수는 없다. 내가 먼저 책을 풍부하게 읽고 학생들도 깊이 파악한 후 책과 학생을 이어줘야겠다. 학생들마다 겪는 걱정과 긴장감. 책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개개인 학생들마다 주치의 책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 나는 초등 독서교육 전문가니까.


#글쓰기연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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