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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Sep 04. 2022

책장 정리를 했다.

내가 책을 사는 이유

어제저녁시간부터 5시간 동안 책장 정리를 했다. 내방 벽에는 포인트 벽지가 의미 없을 정도로 120cm 5단 책장 2개가 꽉 차 있다. 베란다로 나가는 문을 3/4만큼 가린 후 배치한 3단 책꽂이 3개, 2단 책꽂이 2개도 책으로 꽉 차 있다. 베란다, 거실, 주방, 둘째 방에도 책은 많다. 그나마 거실엔 65cm 5단 2개로 공간적으로 여유 있는 편이다. 내년 1월에 남편의 수학공부방 짐이 거실로 들어올 예정이다.


작년 가을, 이사하기 전 책장 정리를 미리 해두었다. 새집 책장 배치에 맞게 공들여 책 정리해두었는데 이사업체에서 책장을 좌우로 바꿔 두는 바람에 책도 위치가 바뀌었다. 통신사를 바꾼 후 인터넷 선 때문에 내방 5단 책장을 남편이 앞으로 당겼다가 다시 정리를 했었다. 책장 하나는 벽에 붙였지만 또 다른 하나는 벽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인터넷 설치 이후 남편은 책과 책장 보관 서류를 섞어서 꽂아두었다.


어제 내 방에 있는 책만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정리한 표시도 잘 나지 않는다. 블로그에 공개할 만큼 깔끔하지도 않다. 과거에는 아이들 월령에 맞춰 책을 위로 아래로 위치 변경 후 블로그에 책장 공개 사진도 자주 올렸었는데 그때의 책 정리 열정(?)은 지금 찾아볼 수 없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꺼내 놓으면 발 디딜 틈이 없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책도 여러 권 보였다. 책을 다 읽으려면 몇 년이 걸리겠다 싶을 정도다. 


책을 사고 읽는 행위는 일정을 잠시 멈추는 시간이다. 책 택배를 뜯어 조심스럽게 표지를 넘길 때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책을 읽는 순간은 내가 해내야 하는 일에서 잠시 벗어난다. 이것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육아를 하기 시작하면서 육아서를 즐겨 읽었지만 중 고등학교 때에도 서점에서 책을 사서 모았던 것 일 생각난다. 학창 시절 배운 교과서도 바로 버리지 않았고 한참 가지고 있다가 버렸다. 지식에 대한 욕구도 있었다. 내가 모르는 분야는 관련 책을 사두기만 하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책 소장을 더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경험상 미니멀 라이프에 빠져 과감하게 책을 버린 후에는 또 그 책이 필요한 경우도 많았다.


알라딘 서점은 골드로 떨어뜨렸는데 여전히 교보문고와 예스 24는 플래티넘이다. 둘째가 사달라는 시리즈 책도 이제 사주지 않는다. 유명한 책은 도서관에서 빌린다. 다 읽지 않고 반납할 때면 구입 안 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요즘 구입하는 책은 동료 작가들 출간 책이다. 출간이 많아 플래티넘이 지속될지도 모르겠다. 육아서에서 지식책으로, 지식책에서 에세이로 읽고 있는 영역이 달라지고 있다. 오후에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도 어제 책장 정리 관련 글을 두서없이 써볼까 싶어서 블로그를 열었다. 이만하면 책장 정리도, 에세이 읽기도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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