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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Feb 28. 2023

마흔넷, 다시 설렌다

지난 토요일, 현정이를 만났다. 우리 집 근처로 이사까지 왔는데 내가 자주 시간 내지 못했다. 시간 되냐고 조심스레 묻는 친구에게 만나자 했다.

친구와의 수다는 특별할 게 없다. 곧 입학하는 딸들 걱정, 학교 업무 배정에 대한 공정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하소연 정도다.


갑자기 친구가 목걸이 살 예정이라는 말을 꺼냈다.


"난 귀걸이 살 건데."


대화 한두 마디에 갑자기 목걸이, 귀걸이 구경하러 주얼리 샵에 가게 되었다. 귀를 먼저 뚫어야 했다. 귀 뚫는 일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대학 1학년 시절 귀를 뚫은 적 있다. 안경도 쓰는 상황에 귀걸이까지 화려? 하면 얼굴이 정신없어 보일 것 같았다. 귀를 뚫고 점 크기의 귀걸이를 했다. 뚫어준 그대로 만히 놔두었다가 고름이 생겼다. 14K로 바고 나니 귀 뚫은 부분은 점점 진정되었다. 그때 뚫었던 부분 막힘없이 잘 유지되었다.


10년이 지나 둘째를 낳고 더 이상 귀걸이를 하지 않았다.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둘째가 여섯 살 되었을 때 한 달에 두 번 마산에 다닌 적 있다. 마산 터미널 근처 지하상가에는 액세서리 파는 집이 줄지어 있었다.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귀걸이 하나 골랐고 주인은 막힌 구멍을 내가 산 귀걸이로 뚫어 주었다. 남이 봐주지 않아도 괜찮았다. 귀걸이 하나로 인해 마치 내가 스무 살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일 년쯤 착용한 것 같다. 막내 출산으로 귀걸이는 잊혔다. 잃어버리고 한 짝만 있는 것도 있었다. 난, 액세서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이 셋 현실에 나를 꾸미는 일은 사치라 생각했고 7년을 보냈다.


친구가 꺼낸 목걸이 얘기에 귀걸이가 떠올랐던 것은 엄마가 닌 스무 살 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귀 뚫는 것 긴장하는 나에게 친구가 손잡아 주었다. 큐빅이 떨어지지 않도록 동그란 모양 대신 하트 모양이 낫겠다고 가게 주인은 내게 말했다. 나의 양쪽 귀에 작은 하트가 붙었다.


친구에게 고맙다고 했더니 더 하고 싶은 건 없냐고 묻는다.


안경에 마스크, 귀걸이까지 내 얼굴 복잡하진 않을까 싶었지만 마스크 벗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괜찮다. 마스크 쓰고 만나야 하는 사람들은 내 귀에 관심 가지지 않을 것 같다.


마음속에 생각만 했던, 사소한 행동이었다. 세 번째 귀를 뚫으면서 이번엔 막히지 않도록 관리해 보자 생각해 본다.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었다. 나에겐 더 이상 아름다움이나 설렘 같은 건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정 지었다. 주어진 역할이 많고 하루하루 분주하다. 그런 가운데 "귀걸이" 구입은 스무 살, 서른다섯 나를 되돌아본 쉼표였다. 나이 들수록 마음도 돌봐야겠지만 나에게 보여주는 내 모습도 가꾸어야겠다.


마흔넷. 다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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