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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May 27. 2023

모녀는 각자의 장르에서 '읽고 쓰는 삶'을 이어간다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전집 책값을 많이 사용했었다. 책 덕분에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희수 주변엔 늘 내가 진열한 책이 놓여 있었다. 손이 덜 간다 싶으면 책장 위아래 책 위치를 바꾸어 주기도 했고 책으로 성을 쌓기도 했었다. 책 도미노, 표지 거실 바닥에 깔아두기 등 책은 장난감이자 친구이길 바랐다. 

네 살까지는 외동처럼 책을 많이 읽어주었으나 동생이 둘이나 태어나다 보니 책 육아는 점점 소홀해졌다. 희수는 초등학생이 되어도 줄글보다는 그림책 종류를 간간이 읽었다. 책을 사달라거나 책을 읽어달란 말은 거의 없었다. 기념일마다 책으로 선물해 주던 일도 점점 줄었다. 아이 셋, 직장 맘인 나부터 살고 봐야 했다.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내가 그림책을 읽었다. 

내가 읽던 그림책을 희수가 와서 봤다. 책장 주변에서 뒹굴고 놀 수 있도록 학원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 놀면서 책 보는 꿈을 희수에게 먼저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희수의 독서량은 늘지 않았다. 많이 읽히고 싶었는데 유치원까지가 다독을 챙겼던 시기였다. 중학교 시절에는 학교에서 안내하는 책만 숙제를 위해 겨우 읽었다.  고2까지 키운 기간을 돌아보면 다독에 대한 미션을 실패다.

 

베란다 확장으로 희수방이 가장 크다. 침대, 노트북, 실내 자전거, 전자피아노 모든 걸 다 갖춘 공간에서 친구와 통화만 길어졌다. 나는 희수에게 책 읽기나 공부 관련하여 잔소리하는 것을 포기했다. 내 글쓰기 바쁜 상황이라 희수에게 강요 대신 내가 성공하는 게 우선이겠다 싶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국어교육과에 가겠다던 희수가 1년 만에 문예 창작과 이야기를 꺼냈다. 가까운 국립대 두 가지 조건만 희수에게 내걸었는데 내가 한발 물러설 차례가 되었다. 글쓰기 배우고 싶다며 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단칼에 거절했다. 갑자기 학원 간다고 글을 잘 쓰는 것 아니라고.,우선 써봐야 한다고 말해두었지만 내가 입시와 관련하여 정보를 알아봐 주지는 못했다. 내 코가 석자였다.


나도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때 아동문학교육과 문예 창작 두 가지 고민하였는데 희수도 비슷한 것 같다. 엄마인 내가 정보가 없다 보니 스스로 검색을 통해 서울에서 문예 창작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과외 선생님을 알아냈던 모양이다. 시범수업을 오늘 받더니 줌 활용 과외를 해보겠다고 한다. 과외비를 입금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회비가 나갈까 돈 걱정부터 했다.

한편으로는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했다. 글을 쓰겠다는데 무엇이 더 걱정일까 싶었다. 읽고 쓰는 삶 이거면 충분하다고 말하던 나로서는 희수의 진로에 대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과외 선생님이 첨삭한 한글 파일을 나도 읽어보았다. 접속사 지적과 상황 설명 자세히 하지 말란 내용 등 실력은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책 쓰기 멘토가 있는 것처럼 희수에게도 문예 창작과 믿을 만한 선배가 생겼다는 것이 다행이다.

우리 모녀는 각자의 장르에서 '읽고 쓰는 삶'을 이어간다.



https://blog.naver.com/true1211/223113139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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