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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n 06. 2023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고?

 오늘은 여유를 가져 본다.

반 학생들이 급식소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먼저 교실에 올라왔다. 94마스크가 갑갑하게 느껴졌지만 벗지 않았다. 칸막이 없는 급식소에서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식사하기엔 조심스러웠다.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반 학생 전체가 순서대로 코로나 확진을 받았던 상황에서도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식구들 줄줄이 코로나 확진 받았지만 나는 괜찮았다.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급식보다 아이들 건강이 우선이었다.


"부장, 급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이 밥도 안 먹고 무슨 일이야?"


점심때 선배가 나를 찾았다. 부장 반, 연구실과 몇 걸음 되지도 않는데 가지 않으니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열이 났었다고, 혹시나 해서 마스크를 벗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도 독감 환자가 늘고 있으니 교사 건강도 신경 써야 할 때다. 마침 보건 교사도 독감 환자에 대한 지침을 교사용 메신저로 보내주기도 한다. 건강을 지키는 일이 가장 중요함을 새삼 느낀 월요일이었다.


병 조퇴를 한 후 링거를 맞았다. 코로나라면 병원에서 링거를 맞지 못한다는 의사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링커 해열제 성분 덕분인지 이후로 열은 나지 않는다.

저녁에는 자이언트 강의도 들어가지 못했다. 2시간 동안 앉아 있기 부담되었다. 라디오처럼 들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누웠다. 잠을 청했다.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이런저런 생각이 가득했다. 내일 뭐 하면서 휴일을 보낼까. 밀린 시집 편집을 할까. 강의 준비를 할까. 책을 읽을까.


이웃들이 쉬라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일하러 가지도 말라고. 전날 고열과 추위로 고생을 하긴 했다. 그리고 병원 다녀와서 초저녁에 잠도 잤다. 줌 수업도 빼먹고 눈을 감고 있는 상황이 어색하기만 했다.


현충일. 알람 없이 새벽에 눈을 떴다. 환장하겠다. 다시 눈을 감았다. 자다 깨다 반복했다. 누워 있으니 허리가 더 아픈 것 같다. 가슴도 답답하다. 쉬면 더 병나는 스타일인가 보다.

종일 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로 구입한 책도 몇 장 읽고 이웃 블로그 글도 읽어 본다. 아프지 않았다면 산책 겸 걷기 운동이라도 했을 텐데 그건 무리일 것 같아 집에 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자연드림에서 구입한 카페라떼도 마셔보고 아이들 심심할까 봐 빙수도 주문 넣어준다.

공휴일이라고 아이들 데리고 여행 다닌 적은 없기 때문에 조용히 각자의 휴일을 보낸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조언 덕에 오늘은 여유를 가져 본다.


바쁘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 여러 번 했었다. 특히, 마감을 앞둔 날에는 더 그랬다. 포기하고 싶고 평범하게 교사 역할 하나만 하고 살고 싶었다.


강제적으로라도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오늘,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는 책을 읽고 있었고 잠시라도 글을 쓰고 있다.


나에게 쉼이란 무엇일까? 강의 듣기, 읽기,  쓰기다.


오늘 이후로, 바쁘다, 쉬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쉬라는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쉬면 우리 반은 당신이 와서 돌볼 것인가?

법적으로 보장된 병가도 있고 연가도 있다. 혹시나 싶어 교탁도 평소보다는 정리 정돈을 하고 어제 병 조퇴했다. 그러나 내 자리는 내가 지켜야 한다.

'책임감' 대신 '자리 지키기' 정도로 정의하련다.


휴일에도 독서 인증 카톡을 보내주는 내 아이들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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