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머니볼

변화의 시작

by 얼그레이


여기 실패한 야구선수가 있다. 고교시절 촉망받는 인재였지만 데뷔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은퇴 해야 했던 빌리. 실존 인물이기도 한 그는 스카우터로 변신해 에슬레틱스라는 최약체 팀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이 영화는 가장 낮은 곳에서라도 변화를 일으켜보고 싶은 빌리의 인생, 그리고 야구를 대하는 그의 신념이 담겨 있다.


그는 실패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지지 않는 야구'를 생각해낸다. 이름하여 '머니볼 전략'. 감독의 경험, 직관을 배제하고 오직 통계를 바탕으로 객관적 전략을 짜는 야구를 말한다. 이는 '세이버 매트릭스'라는 현존하는 야구 전략이기도 하다. 연봉과 팀 승률 간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수들을 발굴해 내실 있는 팀을 만들어가는 것이 위 전략의 목표다.


첫번째 좌절

빌리가 이 전략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스스로가 스카우터의 경험, 직관에 의해 꿈이 좌절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 깔끔한 마스크, 투구 폼을 바탕으로 언론과 구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그는 스카우터의 말만 믿고 스탠퍼드 입학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불안을 지울 수 없었다. 프로 입단 후에도 ‘공수를 넘나드는 팔방미인’이라는 별명을 듣지만, 곧 빛 좋은 개살구인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실패의 쓴 맛을 보게 된다. 객관적 통계에 따르면 그는 그리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머니볼 전략이 만능 KEY는 아니다. 야구는 11명이 운영하는 게임이다 1+1도 단순히 2가 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머니볼 전략은 선수가 모여 이뤄내는 시너지, 동료 사기 등을 설명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에슬레틱스 구단은 실력 이외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 돈 많은 구단들은 실력으로 승수를 챙기고 다시 돈을 벌어 선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에슬레틱스와 같이 돈 없고 백 없는 구단은 그럴 수 없다. 통계로는 포착할 수 없는 잠재성, 스타성이라도 보고 선수를 키워가야 팬덤도 생기고 팀 운영의 활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변화를 시도하는 빌리

이처럼 야구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생각이 에슬레틱스에도 녹아들어 있었다. 구단장, 스카우터, 감독, 선수들 심지어는 빌리의 딸마저도 그의 전략에 의문을 보이게 된다. 여기서 첫 번째 고뇌가 시작된다. 잇단 실패로 단장직을 내놓아야 할 위기, 그라운드에 혼자 남겨진 상황에 내몰리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한다. 그 과정이 독불장군식이라기보다는 꽤나 인간적으로 진행된 이유로 종국에는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변화시키는 힘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성과를 낼 수 있었고 결국 메이저 리그 역사상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우기까지 한다. 현재에도 그가 추진했던 '머니볼 전략'이 패러다임을 뒤집은 혁신이라 평가되고 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그의 전략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각자 자기다움을 내세우며 오합지졸이 되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만들어 팀을 뭉치기 했다. 감독, 스카우터들에게는 반대할 수 있는 대상을 만들었고, 갈 길 잃은 선수들에게는 전략이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일찍이 선수들을 분석해왔던 피터 브랜드에게는 혼자 하던 일에 탄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했다. 이 모든 것이 구심력을 가지고 빌리의 전략에 가치를 부여해준 것이다.


혼자 결승 경기를 듣고 있는 빌리

대기록을 세운 뒤, 빌리는 야구 명가 레드삭스로부터 거액의 연봉 제안을 받게 된다. 두 번째 고뇌가 시작된다. 이번엔 뜻 맞던 피터로부터도 '새 곳에서 다시 시작해보라'는 말을 듣는다.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은 홈런을 치고도 1루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피터의 말은 끝까지 빌리 머릿속을 맴돈다. 그는 왜 에슬레틱스여야하는지, 자신이 에슬레틱스에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고뇌한다.


스스로 세운 전략이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수록, 나아가 가치를 부여해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전략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면서도 뜻한 바를 일관되게 지켜가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2사 2 아웃에서 마지막으로 던져지는 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나아가 거액의 연봉을 제안받은 빌리기 어떻게 행동할 지, 쉽게 판단이 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고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미래 또한 자신에게 달려 있다. 가장 힘든 순간도 변화의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목표가 어느새 자신을 강하게 당겨내는 무언가로 변화될 때가 있다. 그 순간을 가장 영화답게 표현한 영화라 생각된다.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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