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택시 드라이버

나는 '선'하다

by 얼그레이

트레비스는 베트남 전쟁 퇴역군인이다. 전쟁 후 그는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다 소일거리 겸 야간 택시 운전사에 지원하게 된다. 특별히 찾아주는 곳도, 하고 싶은 일도 없는 그는 택시 운전수 일을 하면서 뉴욕의 이모저모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뉴욕을 이유 없이 경멸하기 시작한다.


베트남 전쟁이라면, 미국 역사상 가장 불명예스러운 전쟁 중 하나. 베트남이라는 약소국을 공략한 전쟁이었고 별다른 명분 없이 약탈을 일삼다 패배로 기록된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트레비스는 지나치게 '정의'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전쟁의 명분이 희미해져 버려서였을까. 그가 뉴욕 밤거리에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마약, 매춘, 깡패 등 추악한 단면만을 보게 되고, 세상이 추악하고 타락했다고 정의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만이 순수하기에 세상을 정화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다지기 시작한다.


외로운 밤거리, 그리고 트레비스


그러다 두 명의 여성을 만나게 되는데..


첫 번째 여성은 누가 보아도 매력적인 고학력 인텔리 여성, 베시


그는 팔랜타인이라는 유력 정치인을 지원하는 선거캠프 직원이다. 트레비스는 이 더러운 뉴욕 도시에서 그녀 같이 천사 같은 사람은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리고 자신이 뉴욕에서 느끼는 것처럼, 그녀 또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더 나아가 자신이 외로움을 푸는 방식대로 그녀 또한 외로움을 풀고 싶을 것이라 단정짓는다. 이 단정 지음이 둘의 관계가 깨어지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포르노 극장 앞, 트레비스 그리고 베시


두 번째는 12살 나이에 몸을 팔고 있는 매춘녀, 아이리스


트레비스는 그녀에게서 베시에게 느꼈던 감정을 넘어 일종의 사명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녀는 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녀가장인데, 트레비스는 그녀를 반드시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정작 아이리스는 그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그녀는 적당히 돈을 벌어낼 수단으로 매춘 행위를 할 뿐 주변의 과한 동정심은 오히려 달갑지가 않다. 그녀에게 돈을 안겨주는 이 시스템을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괜찮아요 (feat 아이리스)


어찌 보면, 두 여성들. 정치인을 간접 지원하는 베시, 포주들에게 여탈권이 쥐어진 아이리스는 80년대 뉴욕을 주체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냈던 여성들로 볼 수 있다.


트레비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소통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신념과 의사를 주입시켜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특히 아이리스는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약자로 간주하고, 그 약자는 반드시 불행해야 한다는 전제까지 깔고 있었다.


종국에는 베시에게 저주를 퍼붓고 그녀가 지지하는 팰런타인 정치인 사살을 시도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리스를 관리하는 포주들을 찾아가 청소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다.


You talking to me?


그가 지키고자 했던 정의란 무엇일까? 영화에서는 이 부분이 정확히 묘사되지 않았다. 단지 이를 실현하는 방식인, '묻지마 살인'만이 실행되고 있었다.


그가 혐오했던 대상은 분명 바깥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의 종착지는 결국 자기자신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매춘을 혐오했지만, 정작 포르노를 즐겨보곤 했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일삼는 동료들을 무시하긴 했지만 정작 우울할 때 그들 곁을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You talking to me?를 연이어 시전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거울을 향해 권총을 겨누는 장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씬이 아닐까 싶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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