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돌이아저씨 May 03. 2021

서브웨이 알바생

2021년 목표 중 하나는 다이어트였다. 

다이어트는 역시 식단! 회사 식권으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었기에 주에 3~4회는 아침 출근길에 서브웨이를 포장해 먹기 시작하였다. 

내가 가는 서브웨이에는 아침에 늘 두 분이 일을 하고 있었고, 늘 같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회사 식권을 사용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직원분들이 나를 기억해 주셨다. 

기억이라는 게 별다른 건 아니었다. 

매일 주문했던 빵과 치즈, 절임류 야채를 빼는 것 같은 단순한 것이었다. 

단순하지만 그 배려에 기분이 좋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샌드위치를 만드는 일. 그중에 하나인 나의 샌드위치를 기억해준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아르바이트 빡센 순위 중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서브웨이라고 하는데 격한 노동에도 그들이 제공해주는 친절함은 아침 출근길에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활력이 되었다. 

이름도 나이도 늘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서로의 얼굴도 몰랐지만 계산대에서 주고받는 인사와 눈웃음으로 교류를 하였다.

이 후로 월요일에는 주말 잘 보내셨냐는 가벼운 인사를 나눴고, 금요일에는 주말 잘 보내라는 인사를 나눴다. 가벼운 대화를 통해 한 분은 주말에는 또 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평소와 다른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방문했을 때는 출근길이 맞냐?라는 가벼운 농담도 나눴다. 


그렇게 3개월을 보냈다. 

그곳은 편안함이 있는 가게가 되었고, 역에서 내려 매장 문을 열고 크게 인사할 때는 스스로도 밝은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밝은 인사와 함께 주문을 하였고, 샌드위치를 건네받는데 한 직원이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하였다. 늘 친절하게 주문해주시고 아침에 밝게 인사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나에게 말하였다. 

아쉬움이 짙게 밀려왔다. 어떻게 무슨 일이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고, 고향으로 내려가 거기서 하려던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라고 말해주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서울이라는 낯선 동네에서 주중도 주말도 일을 했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객지 생활만 20년 하고 있다 보니 그 고단함에 공감이 갔다. 

감사했다는 말과 함께 매장을 나와 걸어가는데 짙은 아쉬움이 밀려왔다. 

발길을 돌려 편의점으로 가 초콜릿을 샀다. 

매장으로 돌아가 초콜릿을 건네며, 그동안 샌드위치 잘 만들어주시고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고향 내려가셔서 하고자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란다는 인사도 함께 전했다. 

직원분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선물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에게 받은 격려와 감사의 인사가 객지생활에서 고생했다는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돈을 내고 당연한 내 음식을 사는 거고 그분은 그분의 일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이지만, 사람과 사람이 그렇게만 관계되는 것은 아니라고 늘 생각한다. 어떤 가게를 가도 그곳에 있는 것은 사람이다. 

나의 권리를 주장하기 이전에 사람에 대한 존중을 먼저 행하려 한다. 어디서든 그렇다. 그것이 결국 나의 권리를 더 격상시켜줄 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믿는다. 


이름 모를 서브웨이 직원님. 고마웠어요.

고향에서 하시고자 하는 일 모두 잘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변곡점이 된 반지하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