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말을 거는 것들이 있다. 찬찬히 찬찬히 하나 하나를 살펴본다. 꽃이 예뻐 꽃이야기를 썼는데 내 이야기에 꽃이 숨었을까? 꽃속에 내 이야기가 숨었을까?
2022년 4월 21일 발자국 찍듯 저장이 되어 있으니 참 좋다. 봄 날 만난 벚꽃 사진에 두 줄 남짓 글을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혹시 시인이냐구, 멋지다고 여기 저기서 칭찬이 쏟아졌다. 정말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막상 칭찬을 듣다 보니
내 마음에도 자신감이 더 커졌다. 그때부터 글그램이 말을 걸 때나 갑자기 미친 듯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글그에 기록했다.
글그램은 일종의 보물창고다.
그날 그날의 마음 날씨에 따라 색깔이 다양하다.
그렇게 매일 매일 글을 올렸다. 매일 매일 글을 올리고 칭찬받다보니 나는 점점 변화하고 성장했다.
이를테면 '하고 싶은 것'이 생긴 거다. 사람들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을 꿈이라 부른다. 나에게도 그런 꿈이 생겼다. 언젠가 다른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꿈. 비록 지금은 땅속에서 간신히 눈을 떠 뿌리털을 한가닥 꺼내고 새싹 하나 튀운 정도지만, 그래도 가슴속에서 몽글 몽글 피어나고 있다. 시인 트루북스의 꿈이 ~나는 나를 응원합니다. 중에서 2022년 4월 어느 날
그렇게 나의 글그램 일기는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일기 같다고 하고 누군가는 카드 뉴스 같다고 한다. 내게 있어 '글그램' 은 뭐랄까?~ 배터리 같은 거다. 글을 한 줄 한 줄 채우면서 배터리를 채워나간다. 때로는 정말 여러 줄을 썼는데도 채워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땐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고고씽' 으로 마무리 한다.
'고고씽' '나를 일으키는 시' '고고씽' 은 마법의 주문 같은 단어다. 알람을 재우고 재우고 한 날도 오른 쪽 눈 왼쪽 눈 뜨기 힘든 날도 이불속에서 뒹굴 뒹굴하던 날도 나를 일으킨 건 '고고씽'이었다.
매일 매일 글을 쓰다보니?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혹시 AI에 넣고 돌리느냐고!" "글쓰는 AI로봇 숨겨 놓은 거 아니냐구?" 나의 대답은 "No" 결단코 "No" 다.
글그램에 시를 쓰다보면 윤동주님 의 마지막 시 '쉽게 씌여 진 시'처럼 술술 풀릴때도 있고 도무지 맘에 들지 않는 날도 있다. 이럴땐 '오늘은 쉴까?' '하루 정도는 괜찮잖아?' 하는 또 다른 내가 나를 유혹한다. '오늘은 쉬어' '쉬어' '쉬어' 메아리치듯 소리를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글을 쓴다. 여기서 멈추면 내일도 그럴까봐 일단 묵묵히 쓴다. 혹시라도 나의 글에 힘을 얻는 사람들을 위해 정성 댓글을 보내주시거나 하트를 눌러 주시는 나의 응원군들을 위해 숨어서 하트도 안 누르고 눈팅만 열심히 하고 계신 잠재적 독자를 위해 나는 계속 글을 쓴다. 내 놓으면 별 것도 아닌데 내 딴에는 열과 성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