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내비보다 복잡한 지도가 나을까
운전을 시작하고 처음 서울 시내에 들어왔을 때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먼지 몰랐습니다.
옆 자리에 종이 지도를 펼쳐 놓고 길을 연구해 가며
간신히 집에 도착했을 때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이년쯤 지났을까 그때서야 비로소
장거리 길을 나설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세상이 좋아져 이젠 더 이상 지도책을 펴지 않아도
최신 버전의 내비를 켜고 따라만 가면 됩니다.
길을 몰라도, 아는 길이라도 내비를 켜 두면
마음이 편합니다.
하지만 대신, 머리 속에서는 길을 잃었습니다.
지도책으로 찾아갈 때엔 시내 전체를 볼 수 있었고
나만의 지름길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지만,
이젠 힘들여 그럴 필요도, 그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죠.
내 인생의 지도는 지금 어떤 버전일까요?
(Photo by Tabea Damm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