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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걍소장 Oct 07. 2019

마흔이 서른에게 151. 지도

쉬운 내비보다 복잡한 지도가 나을까

운전을 시작하고 처음 서울 시내에 들어왔을 때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먼지 몰랐습니다.


옆 자리에 종이 지도를 펼쳐 놓고 길을 연구해 가며

간신히 집에 도착했을 때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이년쯤 지났을까 그때서야 비로소

장거리 길을 나설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세상이 좋아져 이젠 더 이상 지도책을 펴지 않아도

최신 버전의 내비를 켜고 따라만 가면 됩니다.

길을 몰라도, 아는 길이라도 내비를 켜 두면

마음이 편합니다.


하지만 대신, 머리 속에서는 길을 잃었습니다.

지도책으로 찾아갈 때엔 시내 전체를 볼 수 있었고

나만의 지름길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지만,

이젠 힘들여 그럴 필요도, 그러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죠.


내 인생의 지도는 지금 어떤 버전일까요?


(Photo by Tabea Damm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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