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가족인걸

by 참울타리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한국 방문에도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일본 여행을 갔다.


작년에 비하면 확실히 체력이 떨어져 보이는 아버지.

관광은 무슨. 아버지가 피곤해 보이면, 호텔에서 쉬게 해드리는 걸로 관광’을 대신했다.


낯선 도시의 거리는 늘 분주했지만,그 한복판에서 나는

아버지의 걸음이 예전보다 짧아진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요즘은 미슐랭 빕구르망 라멘집에서도 단무지가 없다고 불평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게 된다.


예전엔 그 말이 체면 없고 고집스럽게만 들렸지만, 지금은 그 안에 묻은 세월의 습관과 고향의 맛을 안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세상을 버티는 법이니까. 그걸 알게 된 게, 나이 든다는 것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끔은 단무지를 찾는 아버지가 야속하다.


아버지는 앞으로도 단무지와 김치를 찾을 테고, 나는 그 옆에서 “그거 없이도 먹어보세요”라며 끝없는 실랑이를 하겠지.


하지만 어쩌겠나.

그게 가족인걸.


그 여행 속에서도 느꼈다.사랑한다는 건 아름답지만은 않다.

결점투성이의 존재들이 서로 부딪치며 살다 보면, 가끔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려다 그 뜨거움에 데이기도 한다.


그때 문득, 아버지를 이해한다는 게 결국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걸 알았다. 가족은 늘 서로를 닮아가면서도 끝내 다르다. 가까이 있을수록 더 자주 서로의 가시에 찔리고, 어느 날은 서운하고, 어느 날은 말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식탁에 앉아 익숙한 반찬을 나누며 밥을 먹는다. 그게 사랑의 방식이다.


서로 찔리는 것만을 두려워하면, 나중에 서로 모여 만든 그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할 수 없으니까.


나는 나대로,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그 표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이었다.


그 단순한 사실을 알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제는 사랑이 꼭 평화로워야 한다고 믿지 않는다. 사랑은 때로 서운하고, 때로는 뜨겁게 데이는 일이다. 그 아픔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을 이제는, 조금은 갖게 된다.


#가족 #아버지 #사랑 #세대 #성숙 #삶의온도 #브런치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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