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풀리지 않던 퍼즐

by 참울타리


66세, 아이티에서 온 여자 환자였다.

기립성 저혈압, 식욕부진, 체중 감소.

이 세 가지 증상과 함께 병원에 머문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여러 과의 전문의들이 회진을 돌았고

검사도 수없이 이루어졌지만

결과는 애매했고

환자의 상태는 조금씩 더 무너지고 있었다.


의학에서 가장 버거운 시간은

숫자와 임상 소견이

서로를 설명해주지 못할 때다.

그 한 달이 바로 그랬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케이스가 내 앞에 놓였다.


보호자들은 이미 지쳐 있었다.

“에모리로 전원시켜 달라”는 요구에는

분노보다 오래된 피로와 불안이 묻어 있었다.


그 말이 처음 들렸을 때

마음이 잠시 가라앉았다.

첫 통화에서 전원을 요구하는 보호자는

감정의 무게가 깊은 경우가 많다.

그 무게를 온전히 받아내야 하는 쪽은

언제나 담당 의사다.


그날은 유난히 그 무게가 크게 느껴졌다.


그래도 나는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답을 찾지 못하면

제가 직접 전원 절차를 진행하겠습니다.”


짧은 정적 끝에

“네… 부탁드립니다.”

그 대답 속에는

실낱같지만 분명한 기대가 있었다.


나는 먼저

이 케이스를 맡았던 심장내과 의사에게 연락했다.

혹시 다른 시선에서 본 단서가 있을까 싶었다.


“알부민이 낮으니 보충을 해보죠.”

익숙한 대답이었다.

잠시 뒤 그는 덧붙였다.

“칼륨이 계속 떨어지는 게… 신장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이 귀에 남았다.


나는 차트를 처음부터 다시 넘겼다.


고지혈증.

정밀 소변검사에서만 드러나는 단백뇨.

수액을 주면 다소 좋아지는 크레아티닌.

그러나 전체 흐름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다.


겉으로 잔잔해 보이는데

바닥에서 물이 새는 호수 같은 모습.

부종조차 없는 단백뇨—

흔하지 않은 조합이었다.


그리고 하나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아밀로이드.


일반적인 검사로는 잘 잡히지 않지만

신장과 신경계를 동시에,

그리고 조용히 무너뜨리는 단백질의 변형.


나는 신장내과와 상의했고

지체 없이 조직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드렸다.

그들은 조용히 동의했고

그 목소리에는

며칠 만에 처음으로 약간의 안정이 배어 있었다.


며칠 뒤,

케이스는 일정에 따라 동료에게 인계되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생검을 함께 논의했던 신장내과 의사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밀로이드 맞습니다.

결과 나왔어요.”


잠시 정적이 흐르고

그는 짧게 한 문장을 덧붙였다.


“You are a good diagnostician.”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한 달 동안 흩어져 있던 모든 조각이

한 자리에 조용히 맞춰졌다.


기립성 저혈압,

부종 없는 단백뇨,

높아만 가던 콜레스테롤,

원인을 찾지 못하던 자율신경계의 붕괴—


전부 하나의 이야기였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전화를 끊고 난 뒤

나는 잠시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의사에게 진단이라는 단어는

정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단어가 환자의 고통을 비로소 설명해줄 때,

그 순간은 늘 조용하게 마음을 건드린다.


동료의 나즈막한 칭찬 한마디에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다.

의사의 인정은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남는 법이다.

우리가 같은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해주는 훈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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