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온 청년, 그리고 삶의 무게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적이었다

by 참울타리

며칠 전, 20대 중반의 엘살바도르 청년이 병원에 왔습니다.

그는 여러 명의 불법체류자들과 함께 멕시코에서 텍사스로 국경을 넘었다고 했습니다.

10여 일 동안 사막을 헤매며 제한된 식수와 식량으로 버티다가,

어떻게든 브로커를 찾아냈는지—그는 두 명의 국경 브로커에 의해 조지아에 사는 누나의 집으로 ‘배달’되었습니다.


누나는 그를 보자마자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느껴, 그 길로 우리 병원 응급실로 데려왔습니다.

검사 결과, 텍사스의 사막에서 겪은 극심한 탈수와 영양 결핍으로 이미 신장이 완전히 망가져 있었습니다.

근육이 녹아 혈액에 독소가 퍼지는 횡문근융해증 상태였고,

청년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사경을 헤맸습니다.

혈압이 너무 낮아 일반적인 혈액투석조차 불가능했고,

결국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을 시행하며 간신히 생명을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며칠 후, 그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이틀 전부터 제가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의 드라마틱한 여정과 고통스러운 사투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아직 폐에 물이 가득 차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오지만,

그는 의료진을 향해 늘 미소를 짓고, 짧은 스페인어로 “Gracias”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통역사를 통해서였지만, 그 감사의 마음은 언어를 넘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로 그는 평생 혈액투석에 의존해야 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창창한 스무다섯 살 청년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 절박함이, 이제는 매주 병원에서 투석을 받아야 하는 삶으로 바뀌어버린 현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나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삶의 기회를 찾아, 불법이라는 낙인을 감수하고

목숨을 걸고 국경을 건너야 하는 이 젊은이들의 현실을.

그런데 그 절박함이 진심이라는 사실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종종 잊고 삽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 ‘미국’이라는 이름의 땅이 누군가에게는

모든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가치로 빛나 보인다는 사실을.


뉴스 속에서만 보던 장면이

이제는 내 병원 침상 위의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의사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이 젊은이의 삶을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의 고통과 생존, 그리고 그 모든 것 너머의 희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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