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연장하는 것과 살아간다는 것의 차이
제가 사는 조지아 주에도 수많은 불법 체류자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신장 기능이 망가져 주기적인 혈액투석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뉴욕주처럼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위한 공공 투석센터가 있는 곳도 있지만,
이곳 조지아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일주일에 한 번, 병원 응급실로 들어와서야 비로소 투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응급 상황이 되어야만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위태로운 삶의 반복이지요.
혈액투석이라는 치료는 제대로 받더라도 신장 기능의 20% 정도밖에 대체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일주일간 요독이 쌓인 몸으로 응급실을 찾는 이들의 상태가 좋아질 리 없습니다.
젊은 환자들도 빠르게 쇠약해지고,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번 주 제 근무 중에도 그런 환자 한 분이 있었습니다.
56세의 멕시코 출신 이민자였습니다.
그날도 평소처럼 응급 투석을 마치고 퇴원을 준비하던 중,
간호사 선생님이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엑스레이와 CT, 여러 검사를 시행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0분 뒤, 그분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응급실이었던 덕에 바로 심폐소생술이 가능했습니다.
3분가량의 CPR 끝에 다행히 맥박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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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다시 눈을 뜨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며칠 후 MRI에서 광범위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확인되었습니다.
그제부터는 인공호흡기를 떼려 했지만,
어떤 자극에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긴 회의 끝에 결정을 내렸고,
오늘 아침, 환자는 조용히 숨을 거두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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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이 무엇이었을까요.
가족과 함께 더 나은 삶을 누리고 싶었을까요,
혹은 단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이 땅을 선택했을까요.
개인적인 이유든 사회적인 이유든,
그는 고된 여정 끝에 미국 땅을 밟았고,
그러나 그가 찾던 ‘삶의 기회’는
끝내 도달하지 못한 채 멈춰버렸습니다.
짧지만 치열했던 그의 삶을 기억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