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없는 글.

by 참울타리

지난 10월부터 글을 써 왔다. 처음에는 그냥 기록이었다. 병원에서 보고 느낀 것들, 말로는 다 하지 못한 생각들을 조용히 내려놓는 자리였다. 누가 읽든 말든 상관없었다. 쓰는 것 자체로 충분했다.


그러다 욕심이 생겼다. 글을 계속 쓰다 보니, 이게 나만의 기록으로만 남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미의사수필문학상에 도전했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막상 결과를 받아 들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었다.


12월의 가장 마지막 날, 나는 수상자 명단을 재고침 하면서 내 이름을 연거퍼 훑었다. 없었다. 전에 챗지피티와 전년도 수상자 글을 분석하면서 내 글의 수상 가능성을 점쳐보기도 했는데, 본선 가능권이라는 AI의 말을 믿었다. 챗지피티한테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문학상에 도전하고 나서 수상하면 한국 갈 생각에 괜히 마음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수상소감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상금을 받아서 부모님 맛있는 거 사드려야지 고민했던 내 자신이 우스웠다. 김칫국을 제대로 마셨던 것이다.


시험관 시술에 관한 글을 써서 중앙일보와 경향일보 오피니언에도 내 보았다.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개인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조심스럽게 썼고, 그만큼 진심이었다. 하지만 연락은 없었다. 아무 소식도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길게 남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와, 지금 글을 대하는 마음 사이에 미묘한 간극이 생겼다. 기록하던 사람은 어느새 평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쓰는 동안보다, 쓰고 난 뒤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장려상’ 정도는 기대했던 나의 욕심이 너무 컸나 보다. 낙방 소식을 듣고선 글 쓰기가 싫어졌다. 가치 없는 글을 세상에 남기는 것 같아, 그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잘 쓰는 편이겠지. 나 스스로도 우쭐해져 있는 상태였다는 사실을, 이제 와서는 부인하지 못하겠다. 타인에게 ‘상’이라는 객관적인 척도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


한 2주 정도 연말연시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나 자신이 어느 정도 비워졌다. 글은 원래 내 감정을 다스리고 나를 추스리는 도구일 뿐인데, 그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사실 문학상 같은 데에 출품하고 은근히 기대하게 될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누군가의 평가를 받고 점수를 받는 데 아주 익숙해져 버린 사람이니까. 다만 그 점수가 없다 하더라도, 내 글은 적어도 나에게 위로와 평안을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이야말로, 내가 이 글쓰기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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