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 남자?

..잘못 보신 거 아닌가요?..

by truefree


이제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 - 남자들은 거울을 보며 '나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지'라고 생각한다.

보통들 내가 "나 잘 생겼잖아" 하면 저 정도인 거 아니냐고 묻는데, 나는 거울을 보며 '매우 잘생긴 얼굴이군' 하고 생각한다. 진짜다.


일각에는 단신이네 느끼하네 운운하는 악의 무리들도 있지만 나는 꿋꿋하다. 근육맨은 아니지만 골격근량 표준 이상, 몸무게 관리차 운동도 꾸준히 하는 편이고, 거기다가 얼굴도 잘 생겼어! 자뻑을 발휘해서 말하면 30대 남자 중엔 매우 괜찮은 편이고 최대한 겸손하게 말하면 같이 길을 걸어도 부끄러울 일은 없다... 고 주장하는 내게도 당황스러운 말이 있었으니 - 섹시하다는 말.


몇 년 전 고객사 담당자에게 "색기 있는 얼굴"이라는 평을 듣고 잠시 당황했던 적이 있다. 색기 있다는 말은 수컷들의 자리에서 우리끼리 시시덕거릴 때 쓰던 표현이라, 여자에게, 그것도 내가, 색기 있게 생겼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기 그지없었다. 이것은 칭찬인가 욕인가 작업 멘트인가. 그래도 솔직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이 사람이랑 어떻게 잘 해볼 수도 있겠군' 하는 음흉한 기대가 반짝였다.


두 번째는 술에 취한, 음, 그러니까 몇 년 전엔 썸 비슷한 관계였지만 이제는 남남인 여자 사람 친구에게서. "너 섹시해"라는 말을 듣고 빵 터졌다. "근데 대체 어디가?" 하고 물으니 코가, 목이, 눈빛이... "음 그거 그냥 내 얼굴이 다 맘에 든다는 소리 아니냐?" 하고 말았다.


물론 섹시함이란 외모나 옷차림의 문제만은 아니겠다. 벗고 있는 여자가 음심을 자극하는 건 사실이지만 섹시함은 겉으로 보이는 살색의 면적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고, 사람마다 섹시함을 느끼는 포인트는 다르게 마련이니까. 그래도 대충 어디가 어떻게 왜 섹시한지는 답이 있을 줄 알았는데 "대체 나의 어디가 느끼하냐"고 물었을 때 마냥 "그냥 다" 같은 답변이라니 막막하다. 어디가 어떻게 왜 섹시한지 알아야 그걸 좀 계승, 발전, 고취시켜 볼 텐데.


삼인성호라, 확인 사살을 해보자! 하고 물어본 세 번째의 답도 비슷하다. 섹시하다는데, 뭐가 섹시한지는 잘 모르겠네...... 대체 나의 섹시함이란 무엇인가. 혹시라도 속 시원히 말해 줄 사람이 있을까 만나는 여자 사람 친구마다 "나 섹시해?" 라고 묻느라 비웃음과 공분을 사고 있다. 네가? 정도는 양반이고 닥쳐 꺼져 죽을래 등등 살벌한 대꾸들이 심심찮게 날아든다. 그래도 멀쩡한 여자 세명이 날 섹시하다고 해줬으니 이제부터는 잘 생긴데다 섹시하기까지 한 걸로 밀어보련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살아 있는지, 흥흥거리며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드는 생각 - 아무래도... 저 세 사람의 섹시함 포인트가 특이한 거 같다! 나 이렇게 섹시한 걸로 밀어도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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