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거나, 외롭게 하거나
어쩌면 나는, 당신을 너무 외롭게 하고 있는지 모른다.
찬 바람 속에도 햇살은 따스하던 오후, 낙엽으로 어지러운 길을 걷다 문득 그렇게 느꼈다. 답장 없는 시간들, 내가 없는 주말, 당신은 무얼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당신 없는 지금 나처럼 느리게 시간을 보내는 일에 능숙해져 가고 있을까.
'있는 그대로의 나'라는 건 얼마나 허망한 이야기인지. 관계 속에 규정되는 나를, 나는 극복하기 힘들다. 혼자도 오롯한 존재이길 바라면서도 내게 묶여있는 끈들을 어느 하나 끊어낼 수가 없다. 연인이자, 아들이자, 동료이자, 친구.. 숱한 역할 중 잘 해내는 것 하나 없이, 언제나 아슬아슬, 공중에서 외줄을 타는 기분. 중심을 잃은 채 허우적대고 있는 것만 같다.
오늘은 이쪽 끈을, 내일은 저쪽 끈을, 그러다 버거워지면 그냥 도망쳐버리는, 불성실한 연인, 무심한 친구... 있는 그대로의 나는 무심한 사람인가 보다. 고독과 쓸쓸함을 되뇌어 왔지만, 정작 내가 당신과 내 주변인들을 쓸쓸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어쩌면 나는, 타인을 외롭게 하는 재주가 있는지도 모른다.
담배를 피워 물고 한숨을 쉬어본다. 다들 사는 게 그렇겠지, 섭섭하고 미안해하고, 나만 이렇게 갈팡질팡 하는 건 아니겠지. 머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가슴엔 서늘한 기운 돌던 한 때.
견뎌줘서 고맙다고, 당신에게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