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만난 건 2007년. 아직 난 어리버리하기 그지 없던 신입 사원이었다. 11년을 가득 채우고, 그가 떠난다. 영영 못 볼 것도, 연락이 끊어질 것도 아닌데 마음이 아리다.
입만 살아 일하는 부류와는 다른 사람이다. 지식이 많고, 그래서 자신감이 넘치고 (나와 처음 만났을 때, 본인이 모 솔루션 국내 top이라고 본인 입으로 얘기했다. 심지어 진짜였다!), 해병대 곤조가 있어 지기 싫어하면서도 넉살 좋고 친화력이 뛰어나다. 월급쟁이들이 직급이 오르며 흔히 그리 되듯 비굴하지도, 할 말을 아끼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그게 가장 좋았다. 그는 언제나 든든한 상사이자 믿을 수 있는 동료였다.
언젠가 농담처럼, 내가 이 회사에 들어와 가장 좋은 일은 그를 만난 거라 말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그는 내게 프로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 프로가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준 사람이다. 좋은 멘토를 만나는 건 흔히 누릴 수 없는 행운이고,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
마주 앉아 인사하고 싶었다. 그 동안 고마웠다고, 많이 배웠다고, 다시 함께 일하고 싶다고, 건강하시라고... 그런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우리는 그저 늘 하던대로 잡담을 나눴다. 내일 다시 만날 것처럼. 어쨌든 21세기 아닌가. 메일로, 메신저로, 시시덕거리며 얘기를 나눌 것이다. 하지만, 그래, 내내 마음이 아려왔다. 정말 수년 안에 다시 돌아와 옆 자리에 앉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게 월급쟁이들. 여기서 길이 갈렸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아쉽다는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 믿는다. 마지막 악수, 맞잡은 손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이 전해지기를. 함께 했던 시간이 내게 좋은 시간이었던 것처럼, 그에게도 좋은 기억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