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사는게 지겹다.
공기가 서늘하다.
어느새 9월도 허리께를 지나고 있다. 가을 볕은 따갑기만 한데, 그늘로 조금만 비켜서면 반팔 아래 드러난 팔뚝에 금세 소름이 돋는다. 몇 밤쯤 자고 나면 한 낮의 햇살 속에서도 차가움이 느껴질 테고, 아침 저녁으로는 움츠러드는 어깨를 자꾸 신경 쓰며 종종 걸음으로 걸어야 할 테다. 이제 다시 옷장 속의 긴팔 옷들을 꺼내어 손질해둬야 한다.
지겹다.
바꿔 넣어야 할 옷들과 새로 장만해야 할 물건들, 다시 자리 바꿈 해야 할 것들을 위한 과정을 생각하면 귀찮음과 무기력함이 배어 나온다. 계절이 바뀌어 꽃이 피고 단풍 드는 것이 환희와 경이였던 때도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저 무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계절이 번갈아 오듯, 삶도 같은 구간의 반복이라면 지루한 게 당연하지 않을까. 도돌이표를 만난 악보 마냥 그렇고 그런 상황들이 아주 조금씩 변주되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렇다. 순간들이 더 이상 새롭지 않고, 내일도 모레도 오늘처럼 큰 일 없는 일상일 것임을 알기에, 삶은 때로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이제 그만이라 말하고 싶을 만큼, 반복되는 것들이 지겹다.
그건 배부른 투정과 오만이라고, 행복해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알고 있다. 내일이 오늘과 같을 거라 예상할 수 있는 삶은 축복이라 불리워 마땅하다. 나 역시 대체로 그렇게 말하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 이건 생활이 아니라 생존인 것 같다고. 이제 지쳤다고.
누군가의 말처럼, 살아있음을 강렬하게 인지하는 순간은 죽음이 코 앞에 다가왔을 때인가. 주마등이 스쳐가는 순간이 오면 살고 싶다 외치게 되겠지만... 오늘은, 당장 죽어도 만족스러울 것처럼, 지친다.
서른 번도 넘게 맞이해온 9월, 가을 문턱의 밤.
공기가 서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