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 오는 줄 알았는데, 썩 물러가 버린 등갈비

품절된 꾸준함에 양해를 구하지 않으려면

by 자전거 탄 달팽이

우리 집 오늘 저녁 메뉴는 등갈비찜으로 예정돼 있었다. 평소 유튜브로 먹방이나 쿡방을 즐겨보는 편인데, 어제 쿡방의 대모인 막카롱 여사님 동영상을 보고, 너무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게다가 양념장도 직접 만들지 않고, 청정한 아이를 들이부으신다. 이거다 싶었다.


마트에 안 간 지 오래라, 평소 애용하는 온라인 마트 서너 곳의 가격을 비교했다. 마침 집에 필요한 물건들도 있기에 임마트로 쓱 주문했다. 분명 내일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 도착하는 거로 주문했다. 아니 그렇게 기억한다.


생각보다 배송이 느리다. 마트 앱으로 들어가 보니, 어랏, 배송 시간이 오후 5시에서 8시로 바뀌었다. 시간이 애매한데. 안되면 내일이라도 해 먹어야지 싶었다. 집에 없는 단 하나의 재료인 소주를 사러 근처 슈퍼에만 다녀오면 된다. 등갈비 재료가 온다면 말이다.


오후 4시 12분. 쓱 문자가 왔다.


000 고객님께 양해 말씀드립니다. 주문하신 상품 중 품절된 상품이 있습니다. 결제하신 금액은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차라리, 청양고추나 깐 마늘, 양념장이 품절이면 근처 슈퍼에서 사면되는데 등갈비가 품절이라니. 맥이 탁 풀린다. 등갈비 녀석, 쓱 오는 줄 알았더니 썩 물러 가 버렸다.


뭘 더 할 엄두가 나지 않아, 뱀인에서 등갈비찜을 주문한다. 내가 환불받을 금액보다 저렴하다. 진즉 사 먹을 걸 그랬나 보다. 저녁을 해결하고 보니, 덩그러니 남은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등갈비찜 한 번 더 도전해야 하는 거니.


덩그러니 남아버린 재료들. 이걸로 뭘 해 먹어야 할까.


뜬금없지만 쓱 왔다, 썩 가버린 등갈비를 보니, 쓱 왔다, 썩 가버리는 나의 글력이 생각난다. 꾸준히 글을 써서 글력이 쓱 다가오려 하면, 꾸준함이 품절돼, 썩 사라져 버리는 글력말이다. 사라져 버린 등갈비야 비스름한 녀석으로 뱀인에서 주문하면 되지만, 글력은 배달해 주는 곳이 없다.


등갈비는 먹었지만, 덩그러니 남아버린 아이들이 다시 등갈비를 구매하라고 등을 떠밀 듯, 브런치에 제목만 덩그러니 써 둔 매거진과 페이스북 개인 페이지가 나를 부른다. 어서 글을 써 오라고, 썩 도망가지 말고, 쓱 달려오라고 말이다.




품절된 꾸준함에 대해 양해를 구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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