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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Oct 15. 2023

굿즈가 Good이 되기 위해


처음 소풍교회에 왔을 때, 다소 놀란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추수감사절이었다. 보통 한국교회들은 추수감사절을 11월 셋째 주로 정해서 지내곤 한다. 그런데 여기는 10월 마지막 주를 추수감사절로 지키고 있었다. 한국의 계절에 맞춘 것이라 하셨다.


   그렇게 추수감사절을 7년째 그 날짜로 지켜왔다. 8년 차인 올해, 소풍교회에서 낮은숲교회로 분립 개척했음에도 여전히 추수감사절은 10월 마지막 주에 지킨다고 한다. 다만, 소풍교회 때처럼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일주일 내내 말씀축제와 찬양축제로 지내던 것과 달리, 이번 주 금요일과 다음 주 금요일, 그리고 주일에 특별한 행사를 한다고 하셨다. 이번 주 금요일은 말씀축제, 다음 주 금요일은 찬양축제, 마지막 주일 점심은 식탁축제다.


   그러면서 오늘 주보와 함께 모든 교인에게 누런 봉투 하나씩을 나눠주셨다. 담긴 것은 각종 굿즈였다. 통독 모임 이후 나머지 부분에 대한 성경 필사 노트, 필사 노트를 꾸밀 수 있는 스티커, 리무버 스티커, 감사 내용을 적어서 제출할 수 있는 엽서, 그리고 자체 디자인한 배지.  



   아기자기한 굿즈에 설레기도 하고, 필사 노트를 보면 살짝 무거워지기도 했다. 나물이와 까꿍이는 성경 필사 노트라는 사실에 받을 때부터 한숨을 내쉬긴 했으나, 나중에 열어보고는 꽤 만족해하는 눈치였다. 다행인(?) 것은 통독 모임에서 요한복음을 거의 다 읽었기에, 2주 동안 필사할 내용이 적다는 것이었다.


   나또 님의 급 당근거래로 인해, 온 가족이 서둘러 카페로 나왔다. 테이블에 앉아서 함께 성경 필사를 했다. 아이들은 필사도 필사지만, 예쁘게 꾸미는 데 여념이 없었다. 조금 더 귀여운 스티커를 갖기 위해 서로의 것을 교환하기도 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 매일매일 일정 시간을 내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써 내려간다. 또박또박, 바르게. 그리고 그날 외워야 할 말씀엔 형광펜을 칠한 후, 소리 내어 읽는다. 외운다. 아, 추수감사주일에 성경암송대회도 한다고 하셨다. 일단 외우자. 감사엽서에 쓸 내용도 생각하자.


   받은 굿즈를 여기저기에 붙였다. 가방에 배지를 달았다. 생각보다 갬성이 넘치고 힙해서 좋다. 막 자랑하고 싶어 진다. 보기에 심히 좋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굿즈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나님께서 너는 내 사랑하는 자녀라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고 싶은, 애지중지하는 핸드폰에도, 등딱지처럼 메고 다니는 애착 가방에도 달아 놓을 만큼, 그렇게 주님 보시기에 어여쁜 굿즈가 되어야지.


   그런 굿즈가 되기 위해, 굿즈를 그저 예쁜 쓰레기가 아닌, 진정 Good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나는 쓴다-. 말씀을, 기도를, 찬송을, 삶을-.        


좌: 내가 쓴 것/ 우: 나또 님이 쓴 것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마흔한번째

#Cre쎈조

#낮은숲교회_추수감사절_굿즈_힙해

#오타는_흐린눈_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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