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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Oct 19. 2023

한국의 대중교통

아마도 막혀요

안녕하세요. 뚜시 쌤이에요. 선생님은 한국어 선생님이에요. 우리 친구들 만나서 반가워요. 오늘 우리는 한국의 대중교통에 대해서 배울 거예요. 그리고 이따가 직접 선생님과 함께 지하철을 타 볼 거예요. 함께 열심히 공부해 봅시다.


   사진을 보세요. 무엇이 있어요? 네~ 맞아요. 버스가 있어요. 지하철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이에요. (V.O: 뚜시 쌤은 택시를 많이 타지만, 오늘은 버스와 지하철로 합의하기로 해요) 여러분은 어디에서 왔어요? 그렇죠~.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서 왔어요. 우즈베키스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여러분은 무엇을 많이 타요?


   (중략) 짠~ 이게 무엇인지 알아요? (마패를 보여주며) 뭘까요? 흔히 한국 사람들은 이것을 보면 이렇게 말해요. 암행어사 출두야~. 예전에 이건 여러분이 지금 갖고 있는 여권처럼 내가 누구인지를 나타내주는 표시였어요. 다만, 예전에는 비행기가 없었어요. 걸어 다니거나 말을 탔어요. 이걸 가지고 가면 말을 내어주거나 바꿔주곤 했어요.  


    그럼 이걸 선생님이 왜 갖고 있을까요? 이건 우리가 아까 배운 교통카드예요. 이걸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수 있어요. 환승도 할 수 있어요. 한 번씩 구경해 보세요. 그리고 이따가 선생님과 함께 지하철을 탈거예요. 교통카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환승이 되는지 한 번 같이 살펴봐요. (후략. 중략부터 여기까지는 생략 가능)

   내일 드디어 국제교류하던 학교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찾아온다. 표면적으론 물음표, 이면적으론 느낌표 세 개를 붙여서 국제교류를 해 보라던 부장님의 명에 따라 우리 학교는 국제교류를 시작했다. 사실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일환이라 교사들끼리의 수업 공유 정도로 시작이 됐다.


   처음에 겁이 났지만, 쓰뱉러가 아니었던가. 쓰고뱉다 페이지처럼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댓글을 달려고 했다. 간단한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서로 영상을 나누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 학교에서 몇 년간을 한국에 오겠다며 벼르고 있었을 줄이야.


   우린 예산이 없다. 그쪽은 비행기 티켓값만 들고 오겠단다. 도저히 우리 힘만으론 역부족이라 교육청 쪽에서 반 정도의 일정을 책임졌다. 나머지 일정의 숙소와 학교 둘러보기 1일, 두 끼 정도의 식사를 책임질 예정이다.


   무슬림 친구들이 많아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단다. 인당 8천 원의 급량비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이렇게 저렇게 꾸려서 예산을 인당 2만 원 정도 확보했다. 한정식을 예약했다. 구워 먹는 고기가 먹고 싶다나. 돼지고기를 못 먹는데, 구워 먹는 고기라면, 소고기? 양고기? 2만 원으로? 울고 싶다.


   게다가 난 내일 1차시의 한국어 수업-대중교통편을 맡게 됐다.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댄스 수업을 참관하고, 함께 저녁 식사 장소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예정이다. 식사하고 나서 다른 분들은 학생들의 짐을 싣고 숙소로 간다. 나만 아이들과 해당학교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근처 마트를 들러서 마트체험 후, 숙소로 이동 예정이다. 지하철 환승도 해야 하고, 지하철역에서 숙소가 조금 먼 편이라 걸어야 한다. 이동시간만 50분 정도로 예상된다. 제일 큰 문제는 내가 그곳을 가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지도 앱아, 부탁해-.


   무언가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막상 하려니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저렇게 수업 시나리오를 써 보지만, 아시다시피 학생들 수준에 따라 수업은 달라지기 마련 아닌가. 게다가 그 학생들을 내일 처음 본다. 심지어 이름도 낯설다. 우리 학교에 있는 우즈벡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이름이다. 그나마 소피야 한 명 정도만 알겠더라. 소피야, 내일 많이 불러줄게;;


   나의 임무는 또 있다. 내일 10시에 이 친구들이 우리 학교에 방문하면, 주말 일정을 확인해서 수업에 넣어야 한다. 원래 토요일에는 경복궁에 간다기에, 그렇게 수업 내용을 짰는데, 아까 얼핏 들었더니 롯데월드에 간다는 것 같다. 확실한 건 내일이 되어봐야 안다. 10시에 와서 회의하는데 5교시 수업이다. 참고로 난 4교시에 다른 수업도 있다.  


   숙소가 청소년 수련관이라 산 밑자락에 있다. 예산이 부족해서 겨우 잡은 곳이다.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곳이라, 뭐가 되었든 설명이 힘들 예정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거기에 가 본 적이 없는 나다. 첩첩산중이다.

   무언가 꽉 막힌 기분이다. 꼭 한국의 대중교통마냥. 완전 답답하다. 내일의 나, 잘할 수 있을까? “뚜시 쌤의 한국어 수업은 여기까지였어요. 여러분, 만나서 반가웠어요.” 눈을 감았다 뜨면 이 이야기를 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만큼은. 그저 모든 것이 무사히 잘 지나가기를-. 꽉 막히지 않기를-.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마흔다섯번째

#Cre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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