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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Oct 21. 2023

누가 이웃인가?


누가 당신의 이웃인가? 1층에 불났으니, 차를 빼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 소방차가 들어와야 하니 차를 빼라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 불이 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허겁지겁 자기 아이들만 챙겨 빠르게 건물 밖으로 나간 사람.


   일방통행 도로에 차를 대어놓은 사람. 계단을 거대한 자전거로 가로막아 둔 사람. 수십 대의 소방차와 사다리차가 미처 진입하지 못한 채, 도로 곳곳에 서 있기만 한 풍경을 열심히 촬영하는 사람. 그리고 자기 집에 불을 지르고 그걸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람.     


   불이 났다는 메시지에 눈이 번쩍 뜨인다. 분명 아래층에 불이 났을 땐, 집 안 소방 벨이 울리고 불이 번쩍거렸다. 지금은 밖에서만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여니 불이 났다며 차를 빼라는 외침이 들린다. 잠옷 차림에 점퍼만 입고 아이들과 계단으로 마구 뛰려 내려간다. 손이 벌벌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내려가는데 거대한 자전거가 계단을 가로막고 있다. 조심히 비껴서 어떻게든 지나가 본다. 건물 밖을 나와 보니 옆 빌라에 불이 났다. 우리 빌라와 바로 맞닿은 곳 2층이다. 우리 쪽에 소방차를 대고 진입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빠르게 불을 진압하는 방법으로 보인다. 점점 연기가 자욱하다. 아직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 분이 계속 소리친다. 빨리 구해달라고. 일단 바깥으로 나오라고 하는데, 연기가 심해서 움직일 수가 없단다.


   매캐한 냄새는 계속 코를 찌른다. 우리 빌라 쪽 차들이 들어오는 입구 외에는 공간이 없다. 여러분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아이들과 나는 일단 큰 길가로 나가본다. 까꿍이는 반팔 잠옷 위에 점퍼만을 입었다. 근처 카페라도 들어가야 하나 싶다.


   가다 보니 골목 안으로 미처 들어오지 못한 구급차가 여기저기 서 있다. 큰 길가에는 소방차 수십 대가 와 있다. 골목이 좁아 미처 들어오지 못한 차들이다. 25m, 18m 등 다양한 높이의 사다리차도 보이는 것만 열대가 넘는다. 아까 자욱한 연기 사이로, 구해달라던 분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사다리차만 들어올 수 있었다면 그분을 금방 구했을까.


   카페에 들어가자니 그렇고, 교회에 가기에도 그렇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어떤 분이 그 풍경을 영상으로 찍는다. 만약 지금 내가 대피 중만 아니었어도 영상으로 담고 싶을 만큼 진귀한 광경이긴 하다. 그저 지금이야 이렇게 심란하게 바라보지만 말이다.


   나물이는 대회 연습이 있어, 일단 태권도장에 보냈다. 까꿍이와 함께 다시 집 근처로 올라온다. 우리 빌라 화단에 사람들이 쭉 앉아있다. 구조된 옆 빌라 사람들이다. 동대표로 보이는 분이 전화로 계속 안에 사람이 더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아까 살려달라고 외치던 분도 나와 계신다. 다행이다.


   우리 빌라 분들도 잔뜩 나와 있다. 휴일 아침이라 다들 잠이 덜 깬 모습이다. 옆집 아저씨도, 아래층 가족도 눈에 띈다. 문득 아까 나올 때, 아이들과 함께 미친 듯이 그저 달려 나온 게 생각났다. “불이야~”라고 외치면서 내려올걸, 후회된다. 그까짓 거 외치는 게 뭐라고 난 그냥 나왔을까.


   누가 나의 이웃이었을까. 그 모두가 이웃이었다. 모든 이들이 만들어 낸, 오늘 아침 풍경이었다. 또한 나도 그런 이였다. 나와 내 아이들만 챙기기에 급급한 사람. 주차타워에서 차를 빼는 몇 분의 기다림이 지겨워, 좁은 길가에 주차하는 걸 당연시하는 그런 이웃. 진정한 이웃이란 무엇일까? 질문이 그을음처럼 남아, 여전히 머릿속에 맴돈다.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마흔일곱번째

#Cre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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