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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Oct 25. 2023

드라마 읽는 사람, 그녀를 만나다

작가와 만나는 페이지


어쩐지 옷깃을 파고드는 추위가 매서운 10월의 오후다. 드라마 대본집을 읽고 리뷰를 쓰는 그녀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대본집을 읽는다니, 게다가 그것으로 리뷰를 쓴다니,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집 자체도 생소한데 그걸 읽고 리뷰를 쓰는 건 더더욱. 따스한 차 한 잔을 두고 마주한 그녀는 생각보다 평범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필명인 ‘자전거 탄 달팽이’를 줄여서 ‘자탄달’로 표기했음을 밝힌다. 인터뷰 내용을 반말로 표기함을 양해 부탁드린다.  


기자: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 달라.

자탄달: 드라마 대본 읽기를 좋아하는 자전거 탄 달팽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웃음. 이하 반말로 표기)


기자: 대본집을 읽는다니, 다소 특이하다. 언제부터 대본집을 읽었는가?

자탄달: 고등학교 때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때는 드라마 홈페이지에 드라마 대본이 무료로 공개되곤 했었다. 재방송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데다가 재방송의 경우, 본방송보다 짧게 편집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대본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기자: 지난 글에서 대본집을 읽는 이유에 대해 들었다. (#일곱번째글, ‘활자가 그려주는 드라마의 세계 – 내가 대본집을 읽는 이유’ 참고) 드라마 보는 것보다 시간이 적게 걸린다고 했는데, 대본집 읽는 데 보통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자탄달: 대본집마다 다르다. 게다가 요샌 틈틈이 읽는 편이라 정확한 시간 계산은 힘들지만, 보통 두 권을 다 읽는데, 다섯 시간 이상은 걸리는 것 같다.


기자: 한 드라마 당, 대본집이 두 권이나 되는가? 보통 분량이 어떻게 되나?

자탄달: 16부작 드라마를 기준으로 보통 500쪽 내외의 책 2권 분량이다.


기자: 대본집을 읽는 매력 혹은 이유를 한 번 더 이야기해 본다면?

자탄달: 최근 마약 이슈에 휘말린 배우를 보면, 대본집을 읽는 이유를 좀 더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인생 드라마로 뽑은 작품인데, 주연배우가 좋지 않은 일에 휘말렸다. 드라마를 영상으로 다시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럴 때면, 아쉬운 대로 대본집을 읽는다. 물론, 이 작품의 경우, 주연배우 사진이 겉표지에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 어쨌든 그렇게 대본집을 읽으며 새로운 배우를 캐스팅해, 상상하면서 읽는다. 배우의 스캔들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작품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음미할 수 있다.


기자: 어떤 대본이 좋은 대본이라고 생각하는가? 읽기 편한 대본이나 이런 것이 있나?

자탄달: 사실 대본이란 건, 결국 영상으로 구현되기 전 단계가 아닌가. 그래서 대본이 완벽하고 좋으면 영상에서 다소 산만한 경우를 보곤 한다. 반면, 대본이 많이 비어있고, 부족한데,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로 풍성해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대본집 자체로는 좋다 나쁘다 평가하긴 힘들다. 다만, 일단 대본집만 읽는 사람으로서는 인물 설정이나 배경 묘사 등이 자세하고 상세한 대본이 읽기 편한 편이다.



기자: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가 있는가?

자탄달: 있다. 진수완 작가님을 좋아한다. 현재까지는 제일 좋아하는 작가님이다.


기자: 이유는?

자탄달: 예전에 단막극 대본 중에 ‘다향’이란 대본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경성스캔들’에 푹 빠졌고. 대본만 수십 번을 볼 정도였는데, 우연히 두 대본을 모두 진수완 작가님이 쓰셨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후로 작가님의 대본집은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모두 소장하고 있다.


기자: 작가님 대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자탄달: 경성스캔들이다. 다만, 이 작품도 그렇고, 시카고 타자기도 그렇고 모두 주연배우 스캔들로 인해 영상을 다시 볼 수 없어 아쉽다. 대본집을 보며 아쉬움을 달래곤 한다. 아, 최근에 작가님의 작품인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방영 중이다. 대본집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기자: 모든 드라마가 대본집을 출판하는 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은 꼭 대본집이 나왔으면 하는 작품이 있나?    

자탄달: 일단, 김은숙 작가님의 대표작들이 대본집으로 나오면 좋겠다. 미스터 션샤인이나 도깨비의 경우, 소설로 바꾸어서 책을 내셨다. 대본으로 어떻게 구현하셨는지 궁금한데, 다소 아쉽더라.

   꼭 대본집을 내줬으면 하는 분은 이우정 작가님이다. 이분은 현재, 예능 작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지 않나? 예능 작가인 분이 쓴 드라마 대본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가 꼭 대본집으로 나오길 바란다.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도 대본집으로 만나보고 싶다. 초판 블루레이 부록으로 대본집을 줬다는데, 지금은 구할 수가 없더라. ‘나의 아저씨’나 ‘미생’처럼 뒤늦게라도 대본집을 출간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표정이 매우 간절해 보였다)


기자: 여태까지 리뷰를 쓴 작품을 보면 사극이 없다. 사극을 싫어하는가? 아니면 대본집이 없나?

자탄달: 사극이나 시대극을 더 좋아한다. 당연히 사극도 대본집이 있다. 현재 종이책으로는 ‘옷소매 붉은 끝동’과 ‘뿌리 깊은 나무’를 소장 중이다. 예전에 텍스트 파일을 구할 수 있었을 때, 받아 둔 작품들도 많다. 대장금도 있다. 아직 리뷰를 쓰지 못했을 뿐이다. 또한 양이 현대극에 비해 다소 많은 편이라 리뷰 쓰기에 힘든 부분도 있다. 참고로 뿌리 깊은 나무는 3권이다. (하하하)


기자: 대본집 리뷰 쓸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자탄달: 일단 읽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미 읽었던 작품이라도 리뷰를 쓰기 전에 한 번 더 읽어야 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게다가 대부분 드라마를 보지 않고 대본집만 본 작품이 많다. 그런 경우, 리뷰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늘 고민이 된다. 부족한 필력이라, 글 자체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언제나 힘든 점이다.  


기자: 앞으로도 계속 대본집 리뷰를 쓸 것인가?

자탄달: 일단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100일의 글쓰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계속 쓸 것이다. 그 이후에도 여력이 된다면 2주에 한 번씩은 리뷰를 쓰고 싶다. 책장에 쌓여있는 대본집도, 내 친구 밀리에 있는 대본집도 많기에, 가능하다면 계속해서 쭉 쓰고 싶다.


기자: 앞으로 우리가 어떤 점에 주목해 주기를 바라는가?

자탄달: 드라마를 보지 않고, 대본집만 보고 쓴 리뷰라는 점을 부각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에게 대본집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 최대한 그러한 부분을 글 속에 담아내려 노력하겠다. 예쁘게 보아 달라. (미소)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자탄달: 부족한 글이지만, 조금이나마 대본집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본집 수요도 늘어날 테고, 많은 대본집이 출간되지 않을까 한다. 여태까지 부족한 글을 읽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찾아뵙겠다. (미소)


   그녀와의 만남은 따스한 햇살처럼 포근한 만남이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녀의 글쓰기를 계속해서 응원할 것이다. 그녀 덕분에 알게 된 대본집의 매력에 푹 빠진 요즘, 리뷰를 통해 작품에 대해 계속해서 그녀와 나누고 싶어졌다. 드라마를 읽어 나가는 그녀의 바퀴가 부디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 쓰고뱉는 에이뿔 10월호, 작가와 만나는 페이지

 사진, 인터뷰, 정리: 이기자 Ppeongiyo@magazine.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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